유엔은 북한이 혼수 상태로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 전문가들도 북한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에 관해 북한 당국이 분명하게 설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고, 웜비어 씨의 석방 소식을 환영하지만 그의 상태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웜비어 씨 사례는 북한의 수감자가 의학적 치료를 적절하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끔찍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 당국이 처음부터 웜비어 씨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웜비어 씨가 체포됐을 때 영사 접견을 허용하거나 직접 변호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등 기본권리를 보장했다면 지금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웜비어 씨의 석방 이유와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할 의무는 북한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수감자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면서, 특히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면 죄목과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석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도 북한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부국장] "We think there has to be some real transparency from the authority in Pyoungyang…"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건강하던 청년이 어떻게 엄청난 뇌 손상과 함께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됐는지 북한 당국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웜비어 씨가 북한에 구금돼 있을 때 벌어진 일들이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웜비어 씨가 북한에 억류됐을 때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믿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외국인들을 인질로 억류해 정치적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도 북한 당국이 웜비어 씨와 관련한 모든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They should turn over every possible information medical condition what happen…"
북한 정권이 가능한 모든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구타와 고문 등 모든 정보를 공유해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미국의 의사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숄티 대표는 웜비어 씨가 혼수 상태에 빠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북한이 미국인 청년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북한 정권에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웜비어 씨를 인도적 이유로 석방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스라칼튜 사무총장] “미국인이 북한에서 죽을까 봐 석방을 시킨 거죠. 북한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랬다고 인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과거에도 인질로 억류한 외국인들에게 고문 등 가혹 행위를 한 사례가 많이 있었다며, 웜비어 씨도 고문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아직도 북한에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당장 아무 조건 없이 이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