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 핵 문제 해법으로 핵과 미사일 활동 동결에 이은 핵 폐기라는 2단계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다음주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 북 핵 해결 방법은 먼저 북한이 현재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그 다음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겠다는 2단계 접근법입니다.
이 해법은 일단 북한이 더 이상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제안함으로써 북한을 협상의 자리로 유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제재, 압박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등 대화를 비중 있게 언급함으로써 이전보다 강도 높은 ‘당근과 채찍’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이는 기존 미-한 양국 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구상입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이런 자신의 구상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수립했지만 지금까지는 압박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미국은 또 현지 시간 21일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미-중 기업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합의하는 등 대북 압박수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다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기조’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시차는 있겠지만 미국도 결국에는 ‘북 핵 동결’에 이은 ‘비핵화’라는 2단계 접근법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의 기조가 아직까지는 ‘제재’에 방점이 찍혀 있고 더욱이 웜비어 씨 사망으로 미국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입니다.
[녹취: 유명환 전 한국 외교부 장관] “시차가 있을 뿐이지 아마 동결, 비핵화로 나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얘기는(미-한) 정상회담이 끝나고 서로 합의에 의해서 미국은 좀 더 압력을 가해라, 너는 bad cop의 역할을 해라, 우리는 남북한 같은 민족이니 대화하자고 이야기 해보겠다, 이런 관여 쪽으로 하겠다, 서로 짜겠다고 해야 하는데. 역할분담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가 조금 성급했어요. 근데 갈 길은 그 거 밖에 없어요, 미국은. 아마 좀 지나면 미-북 대화도 할 겁니다.”
유 전 장관은 곧 있을 정상회담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미-한 양국이 북한 비핵화, 그리고 미-한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 핵 영구 동결’이야말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핵심 내용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을 영구 동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형중 박사는 ‘북 핵 동결’에 이은 ‘비핵화’라는 2단계 접근법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선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결하려면 영구 동결을 하라, 북한은 전혀 받을 생각이 없을 겁니다. 미국 쪽에서는 지금은 압박을 가할 때다, 문 대통령도 압박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 점에 강조점을 둘 것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영구 동결해야 대화 가능하다, 사실상 영구 동결이라는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핵심 내용이거든요.”
박형중 박사는 미-한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양측 실무진 선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많은 조율이 오갈 것이라며, 회담 자체는 양국 공통의 지향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회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