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남북한 스포츠 교류에 쏟아지는 긍정적 기대감을 일축했습니다. 장 위원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열린 국제 태권도 대회에 북한 시범단이 참여한 것을 남북 교류로 해석하지 말라고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북한 주도 ITF 시범단의 이번 한국 방문을 남북 스포츠 교류로 간주하지 말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장웅 IOC 위원] “여기 이번에 태권도가 오니까 뭐 당장 장미꽃 꽃다발이 지금 막 떨어지는 줄 아는데 아닙니다. 이번에 이게 성사된 건 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입니다. 그러니까 WTF하고 ITF 국제기구들 사이의 거래입니다.”
한국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에 참석했던 장 위원은 지난 1일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이뤄진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스포츠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한국 측의 기대는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장웅 IOC 위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다.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나 태권도가 어떻게 북-남 체육 교류를 주도하고 뭐 물꼬를 트고 하느냐…”
이번 북한 시범단의 한국 공연은 WTF의 초청을 한국 통일부가 승인하면서 이뤄졌습니다. 통일부는 시범단의 항공료와 숙식비 등에 남북협력기금 7천여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태권도를 통해 남북 스포츠 교류가 성사되면서 꽉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워줄 계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저녁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의 T1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태권도가 남북 스포츠 교류를 통한 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폭제 구실을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무주에서 신라와 백제가 하나가 되었듯이, 오늘 이곳에서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이 하나가 되고, 남북이 하나가 되고 세계가 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 대통령은 또 3일 청와대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그동안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었는데 IOC가 스포츠 분야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장웅 위원은 그러나 ‘VOA’에 스포츠가 남북관계 개선의 매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북-남 관계를 정치가 우선시되기 전에 체육으로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기대가 지나친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인들이나 문화인들의 문화 교류 제안을 모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장 위원은 문 대통령이 이번 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단일팀 문제 많이 나오는데, 그 뒷얘기를 IOC위원들하고 2번 따로, 단독 토론하고 다 했습니다. 그거 쉽지 않습니다. 그 좋은 시절에도 공동행진 하는 거 한번 하는 걸 시드니에 가서 김운용 선생하고 7번을 만나고 사마란치 (IOC 전 위원장) 만나고 해가지고 성사를 시켰는데, 지금 정세균 의장 말마따나 살얼음판 기어가고 있는 형편에서 단일팀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 단일팀 한다는 말 자체가 지금 우습지요.”
앞서 세계태권도연맹 주최 만찬에서 장웅 위원을 만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그러나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녹취: 토마스 바흐 위원장] “We’re supporting athletes from the country to be able to qualify for the games and all the rest, I will discuss with President Moon.”
한편 장웅 위원은 ITF 시범단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시범을 보이기로 IOC, WTF 등과 합의했다고 확인하면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실무적 논의를 거쳐야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인터뷰 전문]
기자) 한국은 10년 만에 방문하신 게 맞습니까?
장웅 위원) 예, 남쪽에 왔던 게 2007년 입니다. 10년 만에 왔습니다.
기자) 2007년에 찾았을 때와 변화 같은 게 느껴지십니까?
장웅 위원) 지난 10년 전보다 더 딱 얼어붙었다 하는 거 느꼈습니다.
기자) 남북관계 말씀인가요?
장웅 위원) 네. 지난 10년간. 좋던 세월 다 지나쳐 버리고 더 얼어붙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백성들은, 국민들은 좋고.
기자) 얼어붙은 쪽은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도 함께 얼어붙은 거 아닌가요?
장웅 위원) 지금 얼어붙었다는 건 북남관계 얼어붙었다는 거니까.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배경을 설명하려면 끝이 없고. 지금 백 선생 계시는 그 집 때문에 얼어붙었고.
기자) 미국 말씀하시는 건가요?
장웅 위원) 예. 미국 때문에 얼어붙었고. 여기(한국)는 또 10년간 보수 정권이 집권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얼어붙은 겁니다. 얼마나 좋았습니까? 좋던 거 다, 10년을 허비했죠. 그걸 와서 느꼈습니다. 국민들 좋고, 체육 부문, 태권도 부문 분들 다 좋고.
기자)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선 뒤에 방문하신 건데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는 건가요?
장웅 위원) 그걸 어떻게 10년 동안 타성이 있는데 한두 달에 그걸 하겠습니까? 근본 문제가 있죠. 입장 문제지. 체육과 태권도 빌어가지고 정치 문제를 논하는 건 저의 입장과 현재 처지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이 첫 날 오프닝 세레모니에 나와서 말씀을, 연설을 했어요. 현재의 남북관계는 살얼음을 걸어가는 것 같다고 그랬는데, 하고 싶은 말을 제가 다 하지 않고 갑니다. 나의 직분에 타당치 않은 것이기 때문에.
기자) 남북한 스포츠 교류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간이 성사될 때마다 스포츠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나왔는데, 한국에서의 위원님 말씀을 들어보면 좀 회의적인 것으로 들리거든요.
장웅 위원) 옳습니다. 남쪽에 와서 기자들이 많이 질문하고 하는데, 회의적이라기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다. 정치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나 태권도가 어떻게 북남 체육교류를 주도하고 뭐 물꼬를 트고 하느냐, 이제는 이해가 된 것 같아요. 기자 분들이나 그거 물어오는 분들이 이제는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기자) 스포츠로 남북관계의 정치적 장애가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지금 다시 한번 강조해 주셨는데요.
장웅 위원)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북남관계를 정치가 우선시되기 전에 체육으로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기대가 지나친 겁니다.
기자)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인들은 너무 북측에 이런저런 문화교류를 같이 해보자, 이런 제안을 많이 했는데요.
장웅 위원) 남쪽 정치인들이나 문화인들이 그런 교류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하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하도 답답하니까, 통일은 해야 되겠지 그러니까 혹시나 이것으로 해서 북남관계의 물꼬가 트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이러한 기대감으로부터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려면 빨리 정치적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그거 힘들죠.
기자) 앞서서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말씀하셔서요. 한국 정부의 이런 종류의 제안들이 좀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장웅 위원) 부담스러울 것 까진 없습니다. 저는 뭐 정치인은 아니니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됩니다.
기자) 다 한 귀로 흘려버리셨습니까, 그러면?
장웅 위원) 예, 이건 좀 더 공부를 해야 알 일들이다.
기자) 공부를 해야 하는 건 한국 쪽이라고 지금 지적하신 건가요?
장웅 위원) 그렇습니다. 보면 뻔한 거 아닙니까?
기자)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금 장 위원께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여부에 대해선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하면서, 행사 기간 동안 단일팀 구성에 대해 회의적 언급을 하신데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고 했거든요. 이게 귀국해서 또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가요, 아니면 북측 당국도 이미 결론을 그렇게 내버린 사안인가요?
장웅 위원) 단일팀 문제 많이 나오는데, 그 뒷얘기를 IOC위원들하고 2번 따로, 단독 토론하고 다 했습니다. 그거 쉽지 않습니다. 그 좋은 시절에도 공동행진 하는 거 한번 하는 걸 시드니에 가서 김운용 선생하고 7번을 만나고 사마란치 (IOC 전 위원장) 만나고 해가지고 성사를 시켰는데, 지금 정세균 의장 말마따나 살얼음판 지금 기어가고 있는 형편에서 단일팀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 단일팀 한다는 말 자체가 지금 우습지요. 여기 이번에 태권도가 오니까 뭐 당장 장미꽃 꽃다발이 지금 막 떨어지는 줄 아는데 아닙니다. 이번에 이게 성사된 건 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입니다. 그러니까 WTF하고 ITF 국제기구들 사이의 거래입니다. 여기에는 2014년 8월 21일 (중국) 난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개입해서 그 분이 밀어주고 지지해주고 도와줘서 성사된 ‘프로토콜 오브 어코드,’ 나하고 조정원 총재가 서명한 그 문건 이행입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명백한데 북측 시범단, 남측 시범단, 이것과 다른 겁니다. 북쪽, 남쪽이 아니다, 국제태권도연맹 시범단이다.
기자) 두 국제스포츠기구의 교류지 이걸 남북관계의 해동으로 확대해석 하지 말라, 이런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장웅 위원) 예, 옳습니다. 그겁니다.
기자) 지금 ITF 선수들이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참가하느냐, 또 참가하면 언제 가능하겠느냐, 이 부분이 사실 저하고도 그 동안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서 말씀을 해주셨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이번에 물론 논의하셨죠? 좀 진전이 있었나요?
장웅 위원) WTF가 올림픽 종목으로 들어가는데 몇 년 걸리고, 돈 얼마 쓰고, 시범 출연을 몇 번 했습니까? 14년 시범 출연하고 돈을 한 4억 썼죠? 그렇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현재는 ITF와 WTF가 좋은 분위기 속에서 IOC의 감독이라고 할까,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서 이런 문제가 합의가 돼 있습니다. 쉽게 그 전처럼 라이벌이 돼 가지고 서로 배척하고 이런 거 이제 싹 없어졌으니까 이번에 신중한 문제들 많이 토론됐어요. 남경합의서 이행하는데 있어서 우리 어떻게 하겠다 하는 실무적인 문제들이 두 총재간에 토론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저희가 기대를 가졌던 이유는요, 남경합의서 말씀도 방금 하셨지만, 거기엔 원래 브라질 올림픽을 목표로 한다라는 게 명시가 돼 있었고, 그 땐 어려웠습니다만 적어도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진 가능하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늦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거고요.
장웅 위원) 도쿄올림픽에 이제 ITF 시범합니다. 그렇게 ‘스텝 바이 스텝’하는 거죠. 그걸로 IOC와 WTF와 ITF는 내용상 합의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많은 재정 문제, 경제 문제가 있고 장소 문제가 있으니까 이제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모리 (요시로) 선생하고 아마 논의가 돼야 할 겁니다. IOC는 다른 문제 없습니다. 이것도 또 문제가 있습니다. 가라데가 도쿄(올림픽)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일본 쪽으로선 가라데의 명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그 어떤 다른 종목의 시범이나 이런 것들을 좋아할 리가 만무하죠. 그러니까 이것도 로비를 또 해야 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큰 그림에선 합의가 됐지만 실무적으론 안 될 수도 있겠군요, 중간에.
장웅 위원) 4파인데, 3파가 합의됐는데, 1개 파가 일본인데, 거의 이건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분합니다.
기자) 북측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 다녀간 지 6년이 지났는데요. 기회가 되면 미국 공연도 한다는 입장은 맞습니까?
장웅 위원) ITF 시범단의 미국 방문은 제가 알기론 (미국 ‘태권도타임스’ 잡지) 정우진 사장께서 지금 뒤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오라 하면 가는 거죠. 왜 못 가겠습니까?
기자) 오늘 여러 가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