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2001년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북한의 올해 가뭄으로 쌀과 옥수수, 감자, 콩 등 주요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20일 발표한 ‘북한 식량농업 세계정보 조기경보 체계 보고서’에서 올 가뭄이 2001년 이래 가장 심했다며, 특히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앞서 ‘VOA’가 입수한 유엔 합동조사단의 보고서 내용과는 크게 다른 것입니다. 당시 보고서는 ‘올해 가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난 2015년에 비하면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었습니다.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밀과 보리 6만t과 감자 25만t 등 총 31만t의 이모작 작물을 수확했습니다. 44만7천t을 수확했던 지난해에 비해 31% 감소한 규모입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모작 작물이 전체 곡물 수확량의 10%에 불과하지만 5월부터 가을 추수 전 춘궁기 동안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라며, 주민들이 식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특히 쌀 등 주요작물의 피해가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식량농업기구의 빈센트 마틴 중국∙북한 대표는 “ 올 가을 쌀 수확량이 전례 없는 규모인2백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주민들의 식량 상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쌀 수확량은 도정 전 기준으로 253만6천t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뭄의 영향으로 올해 쌀 수확량은 전년도에 비해 27%, 약 53만t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달 초 내린 비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됐지만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이 이미 큰 피해를 입어 다시 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가을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 수확량 감소로 2017/2018 (2017년 11월~2018년 10월) 양곡연도 기간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이 매우 악화되고 식량 부족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마틴 대표는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농부들과 임산부,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농부들에게 관개 장비나 농기계 등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춘궁기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계층이 충분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VOA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