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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북한 도발중단 촉구… “베를린 구상 동력 잃지 않게 관리”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한국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도발에도 북 핵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이른바 ‘베를린 구상’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경우 이 구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한국 측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을 지난 28일 또 발사한 데 대해, 도발엔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이고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나간다는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백 대변인은 북 핵 문제를 남북관계 복원과 대화로 풀려는 입장을 담은 이른바 ‘베를린 구상’의 실효성 여부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백태현 대변인 / 한국 통일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정부는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이미 밝힌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잇단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동력을 크게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를린 구상 발표의 후속 조치로 한국 정부가 취했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상호비방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제안을 북한이 무시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전략적 도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와 제재의 병행 전략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의 보다 강경한 대응에 보조를 맞춰 독자 제재 강화 등 대북 응징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비핵화와 남북대화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지만 그러나 무게의 방점은 비핵화와 응징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가 있고요. 그 강력한 징표가 한국 정부가 그동안 여러가지 검토를 했던 사드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추가 배치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런 점이 한국 정부 입장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그러나 베를린 구상이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베를린 구상 자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추진 동력이 지금은 굉장히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어차피 이 베를린 구상이라는 게 단기간 실천할 수 있는 구상이 아니라 중장기적 전망과 비전을 갖고 내놓은 것이어서 아직은 베를린 구상이 거의 무용지물이 된 게 아니냐,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평가라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북한이 앞으로도 비슷한 대형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치로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 중에서 북한은 북-미 협상에 우선권을 주는 쪽으로 방점을 강조했다고 보여지는 것이고 그동안의 패턴으로 봤을 땐 내심 언제든 자신들이 원하면 남북대화는 재개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설사 북한이 지금 당장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 온다고 해도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한 제재 조치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한국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국면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한편으론 도발을 이어가면서 다른 한편으론 미-한 공조의 틈을 벌려놓으려는 선전공세를 펼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입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한국 정부로 하여금 예를 들어서 미국이냐 북한이냐 양자택일의 아주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제안이나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그런 카드도 예상을 할 수가 있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현지시간 30일 트위터 글에서 북한에 대한 대화는 끝났다며 중국의 행동을 압박하면서 일본과 한국도 압력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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