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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러 갈등 연일 부각…‘신냉전구도’ 유도


지난달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나 양자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나 양자회담을 가졌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기사들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 핵 책임 논란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도 갈수록 험악해지면서 북한이 관련국들 사이를 이간하려는 외교전술을 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시한탄을 안고 있는 러-미 관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이에 대응한 러시아의 미국 외교관 무더기 추방, 그리고 미국 외교자산 압류 조치의 배경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이 글에서 다뤄진 미-러 간 외교 갈등은 미국이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말기인 지난해 12월 말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정보와 관련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고 러시아 공관 시설 2곳을 폐쇄하는 등의 제재를 한 사건에서 비롯된 겁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자 정세 해설 기사에선 미국이 러시아 주변나라들에 무력을 증강하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지금처럼 계속 나간다면 결국 두 나라가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지난달 27일 미-러 갈등 양상을 전하며 미국이 독선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한 때문에 외교 분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핵 고도화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해지고 있는 북한이 미-러 갈등을 부채질해 러시아와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외교전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 특히 북-중 관계가 지금 상당히 악화돼 있기 때문에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주요 행위자인 러시아와 미국을 이간질시키거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그런 전략을 당연히 펼 수밖에 없죠."

북 핵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도발과 관련해 워싱턴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31일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만족스런 대북 제재에 나서지 않고 있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력하게 시사했습니다.

중국은 북 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책임을 덮어 씌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대회 연설에서 인민해방군이 ‘항미원조’ 전쟁에서 승리해 국위를 떨쳤다고 강조했습니다.

항미원조 전쟁이란 북한을 도와 미국에 저항한 전쟁이라는 뜻으로 6.25 한국전쟁을 일컫는 말로, 중국의 반미 감정을 드러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미-중 간 대북 제재 조율을 방해하기 위한 외교전술을 암암리에 펴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아마 지금도 미-중 간 갈등 국면을 상당히 격화시키고 북-미 간 대화를 이끌어내려 함으로써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북한이라는 존재를 중요시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그런 전략을 짜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과거 미국과 구 소련과의 동서냉전을연상케 하는 신 냉전구도가 북 핵 문제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그러나 미-중 사이에 구축된 광범위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고려할 때 신 냉전구도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냉전에 유사한 용어로 가려면 결국은 미-중 대립구도가 격화돼야 하는 것인데 미-소 시대는 상호 의존이 아닌 적대적 대립이었지만 현재는 미-중이 대립구도로 간다고 해도 그것이 상호의존에 기초한 대립적 긴장관계가 되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이것을 신냉전이라는 말로 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는 거죠.”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한반도 주변국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이간책을 폄으로써 현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라며, 한국 정부로선 대화와 제재 모든 방안을 놓고 미국과 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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