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임성남 한국 외교부 제1차관이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문제에 대한 확고한 공조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양측은 미-한 미사일 지침의 조기 개정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임성남 한국 외교부 제1차관은 15일 밤 전화통화를 갖고 미-한 동맹 강화와 대북정책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번 통화는 설리번 부장관 임명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 외교담당 차관은 북한의 추가 도발 방지와 성공적인 북한 비핵화 견인의 기초가 굳건한 미-한 동맹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해 미사일 지침 조기 개정을 통해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 한도를 규정한 미-한 미사일 지침은 현재 사거리 800km의 미사일인 경우 중량 500kg 미만의 탄두만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면서 탄두 중량 한도를 1t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차관은 이와 함께 미국 측이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위기가 고조된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단호하면서도 균형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해 온 것을 평가했습니다.
설리번 부장관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국 인사들이 최근 여러 계기에 언급해 왔듯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모든 외교적·경제적 해결책을 모색해 나간다는 게 미 행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미국의 모든 대응과 조치는 동맹 차원에서 한국과 긴밀히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한 양측이 정상과 외교장관, 국가안보실 즉 NSC 간 연쇄적인 소통이 두 나라간 정책 공조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됐음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활발한 고위급 협의를 통해 동맹 차원의 공동의 전략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측에서 외교적 해결 모색을 거론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내몰렸던 한반도 정세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4일 전략군사령부의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행동을 유보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괌 포위사격 발언을 계기로 위기가 고조됐지만 그 과정에서 미-북 양측이 대화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괌에 대한 실제 공격 가능성 혹은 괌에 대한 무력시위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보여지는 거고요. 다만 괌 발언 이후 과도하게 과열됐던 두 국가, 북-미 간에 대화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볼 순 있죠.”
하지만 미-북 당국자들의 단편적인 말 한마디로 국면이 바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또 다시 긴장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당장 이달 하순 시작하는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미-한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어떤 도발에 나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신범철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사실은 UFG는 군사기동이 별로 없어요. 그걸 뭐라고 하는 것 자체도 사실은 문젠데 그런데 만약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이나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실험 같은 것 아니면 국지도발, 핵실험 이런 것 있으면 다시 긴장은 고조될 수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설리번 부장관과 임 차관의 이번 통화에서 긴밀한 대북 공조를 재확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사를 내비친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은 한국이 결정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 양국 간 이견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불식시키려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