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핵.미사일 기술 완성 이전에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거듭 제시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도 추가 제재 국면으로 급전환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 영공을 통과해 중거리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번 발사는 김정은의 중요한 “정치적 성명”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와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겁먹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전문가들은 특히 핵.미사일 기술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핵 보유국으로서 협상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와 결부시켰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입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이번 발사는 김정은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할 준비가 안 됐다는 걸 보여주는 분명한 징후라는 진단입니다.
따라서 한동안 대화 신호를 보내던 미국 역시 당분간 대화보다 대북 압박 쪽에 무게를 두고 유엔에서 추가 제재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전망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국을 존중하고 있고 전례 없는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유화적 신호를 보냈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처럼 북한의 도발 자제가 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거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대화의 신호탄이라는 식의 미-한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이번 발사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세이모어 조정관은 더 나아가 미국이 결국 북한과의 대화테이블에 마주앉게 되더라도, 이번 발사를 계기로 그 시점이 더욱 멀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북한 미사일이 최대 고도 550km로 2천 700km를 비행했다는 건 괌 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는 3천 km 정도로, 북한은 지난 14일까지 괌 포위사격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했었습니다.
맥스웰 부소장은 북한이 유엔 제재는 물론 북 핵 개발에 도움을 준 중국과 러시아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 북한 외교공관과 해외 파견 노동자 축소 등 모든 압박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거듭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어떤 제안에도 도발로 맞섬으로써 미국이 새로운 정책이나 일관된 정책을 펼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거듭된 미사일 발사에 담겼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는 미국에 대한 핵무기 공격 역량을 확보하려는 북한의 오랜 전략을 확인할 뿐이라며, 한반도에서 전략적 체스판을 개편하려는 의도를 거듭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연구원]
스트로브 연구원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북한에 대해 처음부터 학습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도 있지만 대화는 곧 실패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무기 위협을 통해 미국과 한국, 일본을 분리시키겠다는 북한의 근본적 입장은 미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연구원]
스트로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잇단 대북 유화 발언을 상기시키며, 북한이 진지한 협상에 응할 것이라거나 미국의 위협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건 매우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