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미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전직 고위 관리들은 차 교수가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실적 대북관을 가진 인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미 지난 1월 25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빅터 차 교수] “We’ve seen them do this before so it would not surprise me if they did it again.”
북한이 미국 행정부 교체 직후 또다시 깜짝 도발을 저지를 것으로 전망한 차 교수는 실제로 북한의 미 영토 타격이 현실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 ‘로이터 통신’은 지난 29일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빅터 차 교수를 차기 주한 미 대사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차 교수는 컬럼비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조지타운대 정치학 교수를 거쳐 2004년 12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에 임명됐습니다.
40대 초반의 대학교수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주목을 끈 데는 2002년 1월 발표한 논문 ‘매파식 관여(Hawk Engagement)’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강압 수단을 지닌 채 포용정책을 구사해야 효과가 있다는 ‘당근과 채찍’ 병용에 무게를 둔 것으로, 차 교수를 현실적인 대북압박론자로서 부각시킨 계기가 됐습니다.
차 교수는 이후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이런 방향의 대북정책을 조언하면서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차석대표로 활약한 뒤 2007년 공직을 떠나 조지타운대로 복귀했으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를 겸임해왔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차 교수를 (대북) 협상의 유용함을 믿지만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협상”을 선호하는 인물로 묘사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교수] “He believes in negotiating but he believes in negotiating from strength.”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차 교수와 함께 근무했던 와일더 교수는 또 그가 북한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동맹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어 동맹 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차 교수는 지난 1월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과거 부시 행정부와 노무현 한국 행정부 간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동맹관계는 지속됐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나라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맹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빅터 차 교수] “When I worked between President Bush and Roh Moo-hyun, I mean, this was not a particularly good time in the relationship but the relationship survived.”
특히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에 북한 비핵화 비용을 분담토록 해야 한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뛰어난 동북아 전문가로서의 연구 실적과 국가안보회의에서의 정책 실무경험을 겸비한 것을 차 교수의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실장] “Victor was already an excellent academic scholar of Northeast Asia when he entered the government,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and it was his experience and his time in government that I think really elevated him to the top tier of the North Korea experts
리스 전 실장은 차 교수의 ‘매파식 관여(Hawk Engagement)’를 부시 행정부 당시 보수 진영과 외교적 접근을 선호했던 국무부 관리들을 접목시키려 했던 기발한 전략으로 묘사하면서, 이후 행정부에 합류하면서 그의 대북관이 더욱 깊어지고 섬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교수는 차 교수가 국무부에 몸담은 적은 없지만 남북한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과의 외교에 적극 관여하는 등 훌륭한 자격을 갖췄다며, 급이 높지 않은 인사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일축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교수] “Dr. Cha’s credentials are superb. While he has never been in the State Department, he has constantly been involved in diplomacy…”
반면 차 교수가 직업 외교관 출신인 캐슬린 스티븐스, 성 김 전 대사와 달리 미 행정부 경험이 길지 않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마크 리퍼트 전 대사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점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미군 당국자는 31일 ‘VOA’에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 간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는 정무직이 아닌 직업 외교관 출신이 대사를 맡는 게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리스 전 실장은 한반도 등 역내 현안에 관한 한 차 교수 보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관리는 미국 외교관들 중에서도 드물다며, 그의 내정을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실장] “He probably has more experience than most foreign service officers do, he deeply cares about relationship between two countries…”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국대사는 공석으로 남아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한때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었고,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물망에 올랐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주한 미국대사 임명은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곧 내정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