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 군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한국 군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이 38년에 풀리게 됐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의 거듭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미-한 공동의 군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탄두중량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한 미사일 지침은 그동안 한국 군의 미사일 사거리를 800km, 탄두중량은 500kg으로 제한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지침의 개정을 추진한 것은 지난 7월부터입니다. 북한이 7월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4형을 발사하자 문 대통령은 미사일 지침 개정을 지시했습니다. 청와대 윤영찬 대변인입니다.
[녹취: 윤영찬 ]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를 공식 제의했습니다. 오전 10시30분경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려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층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겁니다. 북한은 갈수록 강력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개발하고 있는데 한국만 지침에 묶여 탄두중량과 사거리가 제한돼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북한이 저렇게 수소폭탄까지 만들어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항하고,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탄두중량을 1-2t으로, 제한을 풀어서 북한에 대한 작전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한국 군은 북한의 지하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초강력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한국 군은 사거리가 각각 300km, 500km, 800km 인 지대지 현무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일은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지만 지하 수 십 미터에 있는 북한 군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탄두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는 겁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에 긍정적입니다.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송영무 국방장관과 만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회담이 끝난 뒤 송영무 장관은 탄두중량 확대 등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송영무]” 탄두 무게는 표적에 맞는 걸로 개발해야 한다는 데 서로 뜻을 같이하고 공감했습니다.”
한국 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한 미사일 지침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자 이에 불안감을 느낀 박정희 대통령은 자체적으로 핵무기와 함께 미군의 나이키 미사일을 국산화하려는 ‘백곰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습니다.
그러자 이를 감지한 미국이 한국 측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당시 한국의 노재현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서한을 보내, 사거리가 180km 이상인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 서한이 미사일 지침의 시작이라고 한국 숙명여대 김진무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려 했는데,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핵과 미사일을 적극 통제해 핵무기도 좌절됐고 미사일도 180km로 좌절됐죠.”
그로부터 11년 뒤인 1990년, 미-한 양국은 새로운 미사일 지침을 마련합니다. 당시 합의된 지침은 미사일 사거리는 180km, 탄두중량은 500kg로 제한했습니다.
1998년 북한이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불안감을 느낀 한국은 미국에 미사일 지침 개정을 요구합니다. 그 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 300km 탄두중량은 500kg으로 개정됐습니다.
김진무 박사는 사거리가 늘어난 것은 종전의 사거리 (180km)로는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이 계속 핵,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상황에서 사거리가 180km로 제한돼서는 평양도 못 때리는 상황이었거든요, 미국에 계속 어필을 했고, 미국도 동맹 보호 차원에서 사거리를 늘려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2012년 또다시 미사일 지침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그 해 10월, 탄두중량은 500kg으로 그대로 두고 사거리를 800km으로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800km 미만일 경우 사거리를 줄어든 만큼 탄두중량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미-한 안보협의회 (SCM)에서 미사일 탄두중량 해제가 공식화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