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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중국기업 대거 겨냥한 미국 독자제재...의미와 배경은?


지난 20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백악관 각료회의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을 위한 회의자료가 놓여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날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한 데 이어, 재무부는 중국과 북한의 개인, 기관에 대한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지난 20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백악관 각료회의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을 위한 회의자료가 놓여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날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한 데 이어, 재무부는 중국과 북한의 개인, 기관에 대한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이어 21일에는 재무부가 중국기업과 북한 기관 등을 대거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새 조치의 두드러진 특징과 파급 효과에 대해 함지하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이번 제재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중국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먼저 ‘단둥 커화 경제무역회사’와 ‘단둥 샹허무역회사’, ‘단둥 홍다무역회사’가 제재됐는데요. 재무부는 이들 회사들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6억5천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북한으로 수출했고, 1억 달러어치를 북한으로부터 사들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국적자도 한 명 포함이 됐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단둥 동위안산업’을 운영하는 쑨쓰둥이 자신의 회사와 함께 제재 명단에 올랐는데요. 쑨쓰둥은 약 2천800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북한으로 판매했다고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회사들 이름 앞에 모두 ‘단둥’ 자가 들어간 게 흥미롭군요.

기자) 이번 제재를 통해 중국 랴오닝 성의 단둥이 북중 교역의 사실상 거점이라는 사실이 또 다시 확인됐습니다. 아시겠지만 지난해 북한과 5억달러의 교역액을 기록했던 ‘훙샹그룹’ 역시 단둥을 중심으로 운영이 됐었습니다. 이들 단둥의 기업들은 무연탄과 철, 철광석 등 광물은 물론이고, 노트북 컴퓨터와 자동차, 전기기계장치 등을 북한과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방금 말씀하셨지만 중국 기업이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제재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 훙샹그룹은 미 법무부에 기소가 된 데 이어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었고요. 지난 8월에는 ‘단둥 즈청금속회사(단둥즈청)’와 이 회사의 운영자 치유펑이 재무부의‘특별지정 제재 대상(SND)’ 목록에 추가됐습니다. 또 6월에는 중국인 순웨이와 리홍리, ‘다이롄 글로벌 유니티 쉬핑’이 모두 북한과의 불법 거래 혐의로 제재 대상이 됐고요. 그 밖에 중국인은 아니지만 올해 초부터 발표되는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국적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반적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재무부가 발표한 제재의 공통점은 단연 중국이 연관돼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국적자를 정조준하거나, 북한이 제재 회피를 할 수 있도록 도운 중국 기업 등이 제재됐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직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하진 않았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기자)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중국 단둥은행의 미 금융시스템 접근을 전격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었습니다. ‘금융범죄단속국(FinCEN)’이 주의보를 발령하는 형식이었는데요. 물론 미국의 금융망 접근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조치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단둥은행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금융권 제재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특별지정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중국 은행도 없는 실정이고요.

진행자) 이번 제재의 또 다른 특징도 살펴보죠.

기자) 해상을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북한 선박 20척이 제재됐고, 또 이들 선박들의 소유 회사들이 모두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이들 20척은 주로 어떤 선박들입니까?

기자) 주로 석탄을 실어 나른 것으로 보입니다. ‘VOA’는 지난해 북한 선박들이 중국 석탄 항구를 자주 드나드는 모습을 포착했었는데요. 이 때 자주 보이던 선박들이 대거 제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다만 올해 2월 중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올해 9월 북한산 석탄 수입이 유엔 안보리에 의해 전면 금지되는 등의 영향으로 이들 선박들은 올 한 해 공해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선박들을 제재한 주체는 미국인데요. 또 중국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잘 따르지 않아왔고요. 이들 선박들이 여전히 중국을 드나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럴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한 선박과 달리 미국이 독자 제재한 선박들은 과거에도 중국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었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이번 20척의 입항을 굳이 막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 드렸지만 이들 선박들은 과거 주로 석탄을 실어 나르지 않았습니까? 석탄 수입이 전면 중단된 현 시점, 이들 선박이 중국으로 향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정황이 담긴 사진.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정황이 담긴 사진.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진행자) 재무부의 제재 발표에 흥미로운 사진도 실렸습니다. 북한 선박 두 척이 서로 물건을 옮기는 장면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진에는 조선 금별무역회사 소유의 선박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선박에서 선박으로 환적을 하는 행위는 지난 9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결의 2375호 위반입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자주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환적 화물은 원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이 사진이 찍힌 장소는 확인이 됐나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사진의 각도로 볼 때, 상공에서 찍힌 것만큼은 확실해 보이는데요. 위성이나 무인기 등을 이용해 선박이 물건을 옮기는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앞으로 제재가 더 나올까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추가 제재 조치를 예고했는데요. 이 때 추가 제재가 2주에 걸쳐 나올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조치가 더 발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미 재무부의 추가 제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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