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조선들이 7월을 전후해 대부분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평양 내 휘발유 부족사태와 관련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 한 해 운항기록을 남긴 북한의 탱커, 즉 유조선은 약 20척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이들 유조선들은 올 중반까지만 해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중국 다이롄 등을 많게는 일주일에 1회, 적게는 한 달에 1회씩 왕복했습니다. 이들 선박들이 어떤 품목을 실어 나르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조선이라는 특성 때문에 원유나 정제유 등을 운반했을 것으로 추정돼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4개월 간 상당수의 북한 유조선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린트래픽’ 자료에는 이달 13일과 21일에 중국 해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성 6’ 호와 ‘청림 2’ 호만이 지난 30일 이내 운항을 한 유조선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 외 지난달 1일 일본 북부 해상에서 발견된 ‘천명 1’ 호가 10월에 포착된 유일한 유조선이었고, ‘유평 5’ 호는 9월, ‘삼종 1호’와 ‘령봉 1’ 호는 8월에 포착된 뒤 지금까지 운항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밖에 다른 선박들은 모두 6월과 7월을 끝으로 운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유조선들의 움직임이 둔화된 사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박을 관리·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항만국통제위원회는 지난해 9월과 10월, 11월 각각 5척과 7척, 4척의 북한 유조선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9~11월 동안 단 한 척도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무작위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우연히 북한 유조선들이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을 수 있지만, 운항횟수 축소로 검사를 받을 가능성도 작아진 게 아니냐는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유조선의 운항이 크게 줄면서 북한 내부의 원유 공급량에도 변화가 생긴 게 아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긴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틸러슨 국무장관] “Their fuel supply is already….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서 휘발유 부족 현상이 생기고 있는 증거들을 갖고 있으며, 평양 내 일부 주유소가 문을 닫고,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한 긴 줄이 생기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원유 정제공장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작은 양의 원유만을 정제한다”고 전제한 뒤, 정제유를 외부에서 수입하는 것에 많은 부분 의존을 하고 있지만 유엔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9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원유와 정제유에 상한선을 정한 바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북한 선박들이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The North Korean ships could have…”
그러나 동시에 최근 북한 내 주유소가 문을 닫고, 휘발유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전반적인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유 공급뿐 아니라 평양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캠페인이 작동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