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들의 결함 발견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0%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북한 만경봉호가 안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러시아 항구에 발이 묶였었는데, 북한 선박들의 안전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 230척 중 검사를 통과한 선박은 단 한 척도 없었습니다.
‘VOA’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박을 관리·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 사이 결함이 발견된 북한 선박은 전체 검사 대상 선박의 숫자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만국통제위원회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회원국 항구에서 무작위로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며, 필요에 따라 선박의 운항을 중단시키는 ‘정선조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 기간 ‘정선조치’를 받은 북한 선박은 북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운항하는 여객선 ‘만경봉’ 호를 포함해 27척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검사 대상 선박 10대 중 1대 꼴로 정선조치를 받은 겁니다.
앞서 ‘VOA’는 ‘만경봉’ 호가 지난 20일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이틀간 블라디보스톡 항구에 발이 묶여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항만국통제위원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만경봉 호는 항해안전 부문에서 10건, 화재 안전 6건, 생명 구호 2건 등을 지적 받았습니다. 이중 항해안전 부문에서 발생한 4건의 결함과 화재안전과 생명구호, 보수장비, 운항 서류 부문에서 각각 1건씩 등 모두 8건의 결함이 정선조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모든 북한 선박이 결함 판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북한 선박은 모두 287척이 검사 대상으로 올랐는데 올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선박에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이 중 정선조치로 이어진 선박은 24척이었습니다.
다만 2015년의 경우 전체 검사 대상 선박 294척 중 1척이 안전검사를 통과해 100% 결함 발견률이라는 오명은 벗었었습니다.
결함 발견률 100%는 다른 나라 선박들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의 경우 올해 1천774척이 검사를 받았는데 결함이 발견된 선박은 1천396척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선박과 달리 결함 건수가 대부분 1~2건에 그쳤고, 정선조치가 내려진 선박도 6척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역시 643척 중 393척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정선조치는 1척이 받았습니다. 일본은 264척 중 182척이 결함을 지적 받았고, 발이 묶인 선박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1척에 불과했습니다.
북한 선박의 결함이 높은 건 노후 선박을 활용하는 빈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예로 북-러 교류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만경봉호는 건조연도가 1971년으로, 올해 선박수령이 46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북한의 주변 나라들은 선박 사용 기한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북한은 40년이 넘은 선박이 여전히 운용될 정도로 관련 규정이 허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선박 사용 기한을 북한 선박에 적용한다면 절반 이상이 운용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위원회는 북한을 ‘블랙리스트’ 국가로 분류한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 선박의 사고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일본 큐슈 섬 앞바다에서는 건조연도가 1990년인 북한 선박 ‘청젠’ 호가 침몰했고, 3월에는 1977년에 만들어진 ‘금산’ 호가 중국 유조선과 충돌해 가라 앉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