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뉴스 결산, 첫 순서로 국제정치 분야 살펴보겠습니다. 올 한해 세계 곳곳에서 큰 영향을 끼친 정치적 사건들을 4가지로 추려봤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대외정책”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대외정책 때문에 한해 동안 국제정세가 출렁였습니다.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상당 부분 뒤집었기 때문인데요. 이전까지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파리기후변화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 핵합의’를 불인증하는 한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결정들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예루살렘 선언'] "Therefore, I have determined that it is time to officially recognize Jerusalem as the capital of Israel."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정부가 각 나라와 맺은 협정이나 국제 조약들에 불공정한 요소가 많고, 미국은 그 피해를 감내해온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따라, 미국의 이익, 미국민에 보탬이 되는 쪽을 우선해야 한다며 기존 조치들을 하나씩 되돌렸는데요. 일각에서는 미국 새 정부가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리기후변화협정' 지지 연설] "Today,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Donald Trump, announced it's decision to...
특히 세계 각 지역의 온도가 해마다 올라가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각국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태평양 주변 12개 나라의 경제협력체로 세계최대 자유무역 지대 탄생을 예고했던 TPP는 미국이 빠지면서, 계획대로 출범하더라도 그 효과는 크게 줄어들 전망입니다.
또 이란 핵 합의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 핵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테러지원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를 인증하지 않으면서 미 의회가 대 이란 핵관련 제재를 다시 단행하는 길을 열어줬는데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들은 이란이 핵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란 핵 합의가 최종 파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 중동과 유럽, 그리고 중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순방하며 대 테러 협력, 대 북한 압박 공조 등을 확인했는데요. 지난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는 공정한 방위비 부담을 강조하고, 11월 필리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한 만성적인 무역·통상 반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부 국가가 불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국 시진핑 집권 2기 출범”
중국에서는 지난 10월, 대선 격인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려 시진핑 국가주석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시 주석 집권 2기를 이끌어갈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7명도 정했는데요. 당 총서기인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유임된 가운데, 왕양 국무원 부총리, 자오러지 당 중앙조직부장,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 왕후닝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그리고 한정 상하이시 당 서기가 새롭게 최고지도부에 합류했습니다.
[녹취: 시진핑 주석 19차 당 대회 연설]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 대회 연설에서 중국 공산정권 수립 100주년인 오는 2049년까지 부강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제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당 대회에서는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당의 헌법인 ‘당장’에 지도사상으로 포함시키는 결정도 있었습니다. 현직 지도자의 이름을 넣은 지도사상이 당장에 들어간 일을 놓고, 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 체재’가 강화됐다는 외신들의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중국 공산당이 지난 1980년대 당내생활준칙에 규정한 개인숭배 금지 조치가 허물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 만큼 정치를 넘어, 중국 사회 전반에서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힘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천바오성 중국 교육부장은 이번 19차 당대회 기간 중 기자회견을 열어, 소학교 나잇대 어린이들부터 ‘시진핑 사상’을 교육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에 따라 19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는 특사단을 세계 30여개 나라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특사단은 현지 활동을 통해 “독립적이고 평화적인 대외정책 옹호, 일대일로 전략 수행, 평등·상호존중·비간섭에 기초한 외국과의 유대 증진” 등을 시진핑 주석 집권 2기 외교 방향으로 소개했다고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탄생”
한국에서는 측근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유로 지난해 말 국회의 탄핵 소추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3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됐습니다.
[녹취: 한국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같은 한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거쳐 5월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당초 북한에 대해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 새 정부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얼마 뒤인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해 6·25 전쟁에 참가한 미군의 희생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두 나라 동맹이 “피로 맺어졌다”고 강조하고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한국 국회 연설] "This alliance between our nations..."
그런가 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한국 방문 중 국회 연설을 통해 미한 동맹은 확고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불러 온 ‘국정농단’ 사건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 최순실 씨, 그리고 이들이 공모해 만든 재단에 돈을 낸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구속상태에서 재판 받고 있는데요. 얼마 전 한국 검찰과 특검은 최순실 씨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징역 25년과 벌금 약 1천200억원, 추징금 78억원을 구형했고요.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준비중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 중 인권침해를 당했다면서 재판에 나오길 거부하고 있는데요, ‘궐석재판’을 진행중인 담당 법원은 구속 기한인 내년 4월까지 공판 절차를 마치기 위해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여전한 중동 불안”
여전히 정세가 불안한 중동에서는 굵직한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이라크 북부 모술과 시리아 락까를 근거지로 자칭 ‘이슬람 국가’를 선포하고 테러를 일삼은 극렬무장단체 IS의 세력이 올해들어 크게 줄어든 게 그나마 국제사회에 안도감을 줬는데요. 하지만 6년째 내전중인 시리아에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지난 4월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지목되면서 비난 받았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시리아 공격 발표] "Tonight I orderd a targeted military strike..."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응징명령으로 미군이 시리아 공군시설을 공격하기도 했는데요, 아사드 정권에 책임을 묻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일대 7개 나라가 한꺼번에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끊고, 교통과 무역 거래를 봉쇄하면서 중동 불안정이 가중됐는데요. 카타르 왕실과 정부가 IS를 비롯한 급진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를 꾸준히 도왔다는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도 이어졌습니다. 예멘에서는 두 나라의 대리전 양상으로 내전이 계속된 가운데, 휴전 중재에 나섰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반군에 살해됐습니다. 사우디와 이란의 힘겨루기 와중에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살해협박을 받고있다’며 사우디에서 귀국을 거부하고, 전격 사임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달 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표 이후, 팔레스타인과 아랍 각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폭력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2017년 결산 특집으로 국제정치 주요 뉴스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