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지휘관들이 25일 성탄절을 맞아 부하들에게 직접 음식을 배식하며 ‘섬기는 지도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미 육군의 오랜 전통인데요. 미군들은 ‘VOA’에 이 땅에 사랑으로 온 아기 예수의 탄생을 북한에서도 자유롭게 축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이곳은 해외 주둔 미 육군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의 토마호크 식당.
25일 아기 예수의 탄생일인 성탄절을 맞아 이곳에서는 장병 1천 명 이상을 위한 특별한 점심상이 차려졌습니다.
쇠고기 스테이크, 햄, 새우에서부터 다양한 곡류와 야채에 이르기까지 푸짐한 음식들.
이 음식들을 장병들에게 배식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순환 배치 중인 미 육군 제 1기갑사단 제2기갑전투여단 소속 지휘관들입니다.
[녹취: 스티븐 애덤스 여단장이 음식을 배식하며 장병과 나누는 소리] “Merry Christmas…”
창이 넓은 미 육군의 전통 모자를 쓰고 정복을 한 채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배식하는 스티븐 애덤스 여단장의 모습도 보입니다.
애덤스 여단장은 “기쁜 성탄절 보내세요”란 의미의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를 하며 장병들을 맞이합니다.
미군은 해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에 이렇게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들이 장병들에게 음식을 먼저 대접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중서부 인디애나주 출신인 앤드루 그레고리 본부 중대장은 ‘VOA’에 이런 전통을 “섬기는 지도력”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그레고리 중대장] “That’s why how we show a servant leadership….”
이런 섬기는 지도력을 통해 지휘관들이 장병들을 얼마나 돌보고 아끼는지를 알 수 있고 장병들도 진급하면서 같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뉴욕 출신인 라이언 무소 의무병은 계급이 가장 낮은 이등병이 제일 먼저 음식을 먹는 이런 전통 때문에 지휘관이 부하들의 상황을 얼마나 살피고 위하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무소 의무병] “In the US Army, leaders eat last so younger soldiers…”
주한미군 부대에서 50년째 일하고 있는 이 식당의 매니저 정일수 씨는 미 지휘관들이 직접 부하들을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많이 배운다고 말합니다.
[녹취: 정일수 매니저] “우리는 쉽게 말하면 높은 양반들이 오게 되면 우리가 대접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큰 행사 때는 각 부대 지휘관님들, 아니면 사령관님들이 와서 손수 사병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서브합니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좀 배워야 되지 않겠나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제2기갑전투여단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 있는 미 제1기갑사단 소속으로 9개월마다 한국에 순환 배치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 지휘관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장병들을 위해 더 많은 배려를 하고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도록 장려한다고 보급 담당 제임스 호먼 대위는 말합니다.
또 미군 방송은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일부 장병들의 성탄 영상 메시지를 담아 인터넷 등을 통해 방송합니다.
호먼 대위도 텍사스에 있는 보고싶은 아내와 자녀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녹취: 호먼 대위] “Hi baby, I miss you guys over there, be safe…”
텍사스에 곧 돌아가니 그때까지 안전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는 겁니다.
제2전투여단은 탱크와 장갑차 등 재래식 무기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한반도에 전쟁일 발발하면 가장 먼저 투입되는 부대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단본부 중대장인 그레고리 대위는 특히 제2기갑전투여단이 북한의 생화학 무기와 방사선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대응과 확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녹취: 그레고리 중대장] “When it comes to chemical, biological, and radiological weapons…”
제2기갑전투여단은 다양한 지상전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오늘 당장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레고리 대위는 전쟁을 우려하는 한국 국민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관해 군인으로서 전쟁이 나면 싸워야 하지만,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한반도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고리 중대장] “none of us want war. We wan to these…”
제2기갑전투여단장 수석 보좌관인 네이트 가너 소령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이유가 바로 전쟁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녹취: 가너 소령] “That’s why we are here….”
미-한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억지력이 매우 효율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위협으로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미군 지휘관들과 장병들은 모두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삶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무소 의무병은 전날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며, 어린이들이 춥고 배고픈 상황 속에서 의료지원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며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매우 슬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성탄을 맞아 북한에 있는 주민들이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서로를 최선을 다해 돌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무소 의무병] “I will say keep your head up. I will say things are going to be better….”
여러 장병은 이날 성탄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며 북한에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자유롭게 축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의 겨울을 사랑한다는 그레고리 대위는 북한 주민들에게 “기쁜 성탄과 하나님의 축복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고리 중대장] “Merry Christmas! May the Lord bless to them and I hope that there is peace…”
한국인들 사이에 이 땅에 평화의 상징으로 온 예수의 탄생을 맞아 평화가 임하길 바란다는 겁니다.
이날 토마호크 식당에는 미군 1천여 명이 성탄 오찬을 즐겼습니다.
넓은 식당을 꽉 메운 미군 장병들은 ‘VOA’의 마이크를 향해 모든 한반도에 사는 주민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기쁜 성탄이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미군 장병들] “Merry Christmas”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