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 동안 북한을 둘러싼 정치와 군사, 외교적 안보환경은 긴장과 위기 속에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6차 핵실험으로 위협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고, 미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국제사회에 완전히 다른 대북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VOA’는 2017년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움직임을 여섯 차례로 나눠 되돌아 보는 연말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1년 동안 미 의회가 북한과 관련해 주목한 주요 쟁점과 법안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는 2017년 1월 3일 제115대 회기 첫 날부터 북한 문제를 다뤘습니다.
상,하원 외교위의 첫 정책 청문회 주제는 모두 북한이었습니다. 북한을 ‘위협’으로 규정했고, 의원들은 강도 높은 대북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극단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 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며 군사 행동과 정권 교체 방안까지 언급했습니다.
[녹취: 코커 위원장] “I personally don’t think secondary sanctions are going to have an effect here. I just personally don’t. I think it’s either regime change or some other activity ...”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더 이상 대북 유화책이 통하지 않는다며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했습니다.
특히 2월 초 하원에서는 군사위 준비태세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윌슨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규탄하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조속한 한국 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됩니다.
결의안은 이후 하원을 통과하며 115대 의회가 북한을 특정해 처리한 첫 안건이 됐습니다. 북한의 위협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회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겁니다.
연초부터 강경한 대북 접근법에 무게를 둔 의회는 한 해 동안 북한과 관련해 제재, 테러지원국 지정, 선제타격, 인권 등 4가지 사안에 특히 초점을 맞춥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은 상반기에서부터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중 논의됐습니다. 2월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씨가 여성 2명에게 암살되고, 북한이 배후로 지목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또 미 국무부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결정토록 한 ‘미국의 적국에 대한 제재법’이 의회를 통과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됩니다. 의회가 행정부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한을 설정한 겁니다.
이어 6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지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의회 내 목소리는 더욱 높아집니다.
10월 들어 상원과 하원은 각각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의회의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전달합니다. 이어 1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전격 재지정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대북 제재 또한 의회 개원 초기부터 꾸준히 논의됐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이 발효됐지만 부분적으로만 시행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문제 의식이 발단이 됐습니다.
상원에서 대북 제재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밴 홀른 민주당 의원입니다.
[녹취: 밴 홀른 의원] “We’ve been at this with North Korea, trying to apply both sticks, times, carrots, and clearly we haven’t gotten to be where we wanted to be….”
의회가 추진하는 대북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를 가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의원들은 촘촘한 대북 제재를 위해 무엇보다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밴 홀른 의원은 ‘VOA’에 새 대북 금융제재 법안을 통해 중국이 스스로 지키겠다고 한 대북제재 약속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크리스 밴 홀런 의원] ] “This legislation only requires Chinese banks to do what Chinese government says they are going to do ...”
중국은 북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교역 상대로 중국의 추가 대북 압박을 유도해 북한을 옥죄겠다는 겁니다.
상원과 하원에 각각 상정된 새 대북 제재 법안은 오토 웜비어를 추모하기 위한 의미로 모두 ‘오토 웜비어 대북 금융제재법안’으로 명명됐습니다.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회의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VOA’에 밝혔습니다.
[녹취: 아미 베라 의원] “I think our strategy is aligned with the Trump administration’s strategy which is to continue to increase pressure on North Korea through sanctions…”
북한 문제에 있어 민주,공화 양당의 인식 차가 드러난 부분은 대북 군사 행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선제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임박한 위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입니다.
[녹취: 크리스 머피 의원] “What I can say is that an imminent threat does not include the mere possession of weapons that could attack the United States. There clearly have to be some information that North Korea were intending to use it…”
머피 의원은 ‘VOA’에 북한의 핵 보유 사실만으로는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며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군사공격이라면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테드 크루즈 의원] ] “If that were the only way necessary to prevent North Korea from carrying out nuclear strike on the United States and the allies, if the only way to prevent that is military power? Then we should use that military power but it should always be the last option.”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결합해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해 감에 따라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랜드 폴 상원의원은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랜드 폴 의원] “I agree with Secretary Tillerson that there is still an ample room for diplomacy, and I’m very hopeful that we can actually get to the point where we are discussing diplomatically solutions as opposed to thinking of preemptive war.”
북한의 위협 수위가 상당히 높고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놔야 하겠지만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는 공화, 민주 양당이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의회는 북한 인권 문제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11월 하원 외교위는 북한을 탈출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공사를 청문회에 증인으로 초청했습니다.
이어 12월 하원 외교위 소위원회도 탈북자 지현아 씨와 한가희 씨가 증인으로 참석한 청문회를 열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한 해 동안 북한을 특정해 의회에 상정된 법안과 결의안만 해도 25건입니다. 약 2년에 걸친 114대 전체 회기에 상정됐던 15건 보다 확연히 많습니다.
법안과 결의안 내용도 강경해졌습니다.
지난 회기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처럼 관여에 무게를 둔 내용도 있었지만, 이번 회기에서는 제재 강화, 북한 여행 제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현황 조사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그 동안 이론의 영역에 머물던 북한의 전자기파, EMP 위협을 재인식하고, 9월 종료된 EMP 위원회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새 국방수권법에 포함시켰습니다.
또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요청한 북한 방어 예산 40억 달러를 승인하고, 긴급 임시 예산으로까지 통과시키며 북한의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