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북한을 둘러싼 정치와 군사, 외교적 안보환경은 긴장과 위기 속에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6차 핵실험으로 위협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고, 미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국제사회에 완전히 다른 대북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VOA’는 2017년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움직임을 여섯 차례로 나눠 되돌아 보는 연말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지난 1년간 국제사회가 북한을 겨냥해 내놓은 대북 제재의 내용과 수위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유엔 안보리는 북한을 겨냥해 모두 4건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을 겨냥한 안보리 제재 결의가 1년에 2번 나온 적은 있었지만, 4건의 결의가 한꺼번에 쏟아진 건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도발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빈번했고, 안보리는 그 때마다 제재 결의로 응수했습니다.
2017년의 첫 대북제재 결의인2356호는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이 아닌 연이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겨냥해 나왔습니다.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에 대응해 8월과 9월 2371호와 2375호가 채택됐습니다.
이어 북한이 또 다른 ICBM 발사를 감행하면서 지난 22일 2397호가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결의의 개수보다 눈에 띄는 건 각 결의가 담고 있는 제재 내용입니다. 결의가 채택될 때마다 제재는 이전에 비해 강해졌고, 수위는 높아졌습니다.
첫 결의2356호는 북한 국적자 등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2371호부터는 본격적인 북한의 외화 수입을 옥죄는 등 북한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조치들이 적용됐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산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등 광물을 비롯해 북한산 해산물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가 전격적으로 2371호에 담겼습니다.
특히 광물의 경우 앞선 제재가 허용했던 민생 목적에 대한 예외 조항이나, 연간 수출량과 액수의 상한선이 당시 제재를 계기로 완전히 사라진 겁니다.
안보리는 이 제재에 따라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석탄 수익금 연간 4억 달러와 철과 철광석 3억6천만 달러와 더불어 북한산 해산물 약 3억 달러가 줄어드는 효과를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2371호는 기존에 파견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외에 추가 노동자를 금지하면서, 처음으로 해외 노동자 문제를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어떤 추가 협력 사업도 2371호를 기점으로 중단해야 하는 의무가 각 유엔 회원국들에게 부과됐습니다.
당시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북한의 연 수출 총액 30억 달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 달러의 손실을 북한에 안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입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This is the most stringent set of sanctions on any countries in a generation…”
이날 채택된 결의가 한 세대 동안 그 어떤 나라에도 부과된 적 없는 가장 엄격한 조치를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이 불과 한 달 만에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제재 수위는 또 다시 높아집니다. 특히 안보리는 핵실험일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새 결의 2375호를 채택하며 발 빠르게 대응합니다.
2375호에서 가장 주목되는 조치는 원유와 정제유에 대한 상한선이 그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북한으로 공급되는 원유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정제유는 연간 200만 배럴을 넘기지 못하도록 한 겁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로 치부하며 건드리길 원치 않았던 원유 문제가 포함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plus side though is again, talking about Chinese oil, they've always said that's the lifeline for North Korea and we won't touch it…”
그러면서 비록 상한선이 그어지긴 했지만, 이번 제재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모든 압박을 일시에 가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추가로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할 경우, 원유 공급을 더욱 옥죌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전략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는데, 이로써 북한은 이전 금지품목인 광물과 수산물 등을 포함해 5대 수출품 전체를 외부로 판매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미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허가증 갱신을 금지하면서, 노동자 문제에 대한 제재 또한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22일 채택된 결의 2397호는 이미 강력했던 제재를 또 다시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정제유 허용치는 기존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낮아졌고, 원유에는 400만 배럴이라는 구체적인 상한선과 함께 각 회원국들의 공급량에 대한 보고 의무가 생긴 겁니다. 또 해외 노동자는 2년 안에 모두 북한으로 귀국하게 됐으며 북한 선박의 해상 차단도 절차가 완화됐습니다.
결과적으로 2017년 한 해 북한은 1번의 핵실험과 3번의 ICBM 발사, 그 외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를 대가로 석탄과 해산물, 섬유 수출길을 잃었고, 원유 유입에 있어서도 큰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아울러 해외 노동자 전원이 귀환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에 처했습니다.
여기에 2397호가 다음 도발 땐 추가적으로 원유 등에 조치를 취하겠다는 일종의 경고까지 받으면서 다음 수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을 압박한 건 유엔만이 아닙니다. 2017년은 미국 정부 역시 독자 제재 수위를 역대 가장 높게 끌어올린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펼치면서 총 8번, 북한과 관련된 인물과 기관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에 올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때마다 북한의 도발 중단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므누신 재무장관] “North Korea’s provocative, destabilizing, and inhumane behavior will not be tolerated.We are committed to targeting North Korea’s external enablers in maximizing economic pressure on the regime until it ceases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6월 북한의 도발적이고 불안정하며, 비인도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중단될 때까지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적 압박 극대화와 함께, 북한의 외부 지원세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독자 제재의 특징을 꼽으라면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했다는 점입니다.
미 행정부의 제재를 전담하고 있는 재무부는 중국 내 북한인들을 제재한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한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점차 제재 명단에 포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엔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이 중국 단둥은행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제재가 아닌 주의보를 발령하는 방식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 은행에 주의보를 발령한 건 약 10년 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제재가 보여준 또 다른 특징은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와 유엔의 제재 결의가 내용에 있어서 차이점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differences between US and UN sanctions…”
차이가 있다면 미국의 독자 제재가 북한의 인권에 좀 더 치중하고 있는 정도라는 겁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두 제재 사이의 격차가 줄면서 미국 입장에선 안보리 결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행이 미국의 독자 제재 이행으로 그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최근 조치들이 ‘독자 제재’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