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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군 고위 정보당국자 “평창 올림픽 뒤 한반도 위기 다시 고조될 수 있어”


최근 괌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활주로 위를 이동하고 있다.
최근 괌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활주로 위를 이동하고 있다.

최근 미군이 전략 폭격기를 괌에 순환 배치한 것은 북한 정권에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압박 경고라고 전직 미군 고위 정보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세드릭 레이튼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 훈련담당 전 부국장은 1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뒤 한반도에 위기가 다시 커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군은 납북 관계 개선 움직임과 별개로 철저한 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군 대령으로 예편한 레이튼 전 부국장은 과거 이라크 전쟁 때 사담 후세인의 방공망을 95% 무력화 시켰던 미군 전술통합팀(TIT)을 이끌었고 미 국방부와 합참 등 여러 곳에서 26년 동안 아시아와 중동 지역 담당 정보 장교로 복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레이튼 전 부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미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이 잇따라 괌의 앤더슨 공군 기지에 배치됐습니다. 미 공군은 순환 배치의 일환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는데요. 어떤 함의가 있다고 보십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괌 기지에 대한 B-52, B-2, 그리고 B-1 폭격기들의 움직임은 미국이 계속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 정권에 국제법을 준수하고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남북 대화가 계속 진행되도록 하면서도 북한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은 언제든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북한 정권에 경고하는 겁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남북한이 대화를 진행하는 시기에 이렇게 미군이 전략 폭격기 순환 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한국 내 일부 언론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군은 현재 어떤 방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겁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근은 남북한 간 대화와 협상입니다. 반면 잠재적인 채찍은 괌에 전진 배치된 장거리 전략폭격기들로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폭격기들은 영구적으로 괌에 배치된 게 아닙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 정권에 당신들 하기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혹시라도 도발한다면 언제든 미군이 대응할 수단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기자) 이런 움직임이 평창 올림픽의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적어도 북한의 특정 행동을 제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북한 정권이 뭔가 (나쁜) 행동을 하려 할 경우 미국의 잠재적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죠. 물론 이런 대응은 주로 동적인 임무에 해당됩니다. 가령 사이버 공격 대응에 관한 임무와는 연관돼 있지 않죠. 북한 정권이 만약 평창 올림픽에 타격을 가하려고 사이버 공격을 가한다면 폭격기는 최선의 대응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기자) 미 태평양사령부는 폭격기 배치가 통상적인 순환 배치의 일환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역내 지속적인 억제력 강화라는 전통적인 의미만을 강조했는데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웃으면서) 아마도 의도를 계속 말하지 않으면서 북한 정권을 애타게 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중국을 겨냥한 목적도 있겠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행태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메시지를 받는 대상이 북한 정권이란 것을요.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평양이 뭔가 도발하면 우리가 대응하겠다는 게 핵심 메시지라고 봅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군사적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대북 군사적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당히 많이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북한에 강력히 대응해 북한 정권이 이를 인식하도록 했고 남북 대화의 재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관성 있는 전략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 행정부를 이 시점에서 너무 과대평가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대응을 잘하는 게 분명히 있습니다. 대북 메시지도 아마 평양에 전달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과 무력으로 충돌하는 특정 상황들에 대해 일관성 있는 선명한 그림이 있다고 보기는 아직 힘든 것 같습니다. 이런 일관성 있는 전략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즉각적인 위협이나 임박한 위협 대응에 미군이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저는 아쉽습니다

기자) 그럼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한 짐 매티스 국방장관의 대응에 어떤 점수를 주고 싶으신가요?

레이튼 전 부국장) 매티스 장관의 한반도 문제 대응에 전반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 매티스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사이의 협력이 매우 유용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 정권의 변덕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미 동맹국들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매티스 장관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군사적 대응 방안들이 무엇인지를 잘 준비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정권의 위협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무엇을 가장 우려하십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북한에 관한 저의 우려를 말하자면, 저는 북한이 현재 매우 영리하게 자신들의 관점을 남북 협상을 통해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은 ‘평창 올림픽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입니다.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 등 여러 사람들은 틀림없이 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삼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특정 형태의 위험한 행동을 재개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따라서 군사적 대응과 준비 태세도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북한 정권이 능력을 이미 과시했던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대응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북한은 올림픽 기간에 뭔가 관계가 틀어질 경우 한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IOC에는 왜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레이튼 전 부국장) ’펜시 베어’(Fancy Bear)로 불리는 러시아 해커 조직이 있습니다. 러시아 군사정보국인 GRU와 연계된 곳입니다. 저는 그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겨냥해 사이버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IOC가 러시아 정부 주도의 광범위한 도핑 조작에 대한 징계로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의 해커들이 러시아 해커들과 함께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평창 올림픽과 IOC와 관련한 특정한 이유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그런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드릭 레이튼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 훈련담당 전 부국장으로부터 최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미군의 움직임과 의미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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