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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올림픽 전날 북한 열병식에 “선전선동, 내부결속용”


지난해 4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렸다.
지난해 4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렸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데 대해, 평화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올림픽과 무관하게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건군절 날짜를 변경하고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려는 것이 평화올림픽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일부러 (날짜를) 건군절로 바꿔서 군사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평창올림픽의 기본정신에서 벗어난 것이기도 하고, 이 기회에 북한의 핵이라든지 군사력을 자랑하려는 선전, 선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은 4월 25일에 기념해 오던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올해부터 2월 8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올해 선대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실제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대규모 열병식에 미사일 등 전략무기가 대거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도 안 좋아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평화올림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2월 9일 날, 평창올림픽을 하는 좋은 날, 대규모 열병식을 하면 상당한 규모의 군대와 병력, 미사일이 나올 텐데, 역시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겠죠. 해외 언론은 또 (열병식을) 크게 보도하겠죠. 전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낸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개막식 전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미국 등 국제사회에 핵 보유국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북한은 결국은 선수단을 보내면서 한쪽으로는 무력을 가지고 본인들이 한반도의 국제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결국은 평창올림픽이 끝나더라도 비핵화 협상은 없으며,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거죠.”

남 교수는 특히 북한 예술단 공연 날짜를 건군절로 정한 것도 강온전략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한쪽에서는 공연으로 남측을 한,미,일 공조에서 이탈시키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고, 한쪽에서는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해 다양한 다중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거죠.”

반면 북한 건군절 열병식은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게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북한 내부 단속과 주민들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목적에서 북한이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특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데요, 내부의 여러 가지 제재나, 단속하기 위해 열병식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과 동시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대외적으로 평화 이미지를 보여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북한이 평화 분위기를 망치려 한다면 열병식이 아닌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것이라고 전 박사는 밝혔습니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원장도 건군절 행사는 올림픽과 관계없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흔히 제2 창군이다, 2월 8일을 새로운 건군절로 한 거 아녜요. 자기로서는 기념식을 성대히 해야 하겠죠. 남한과 관계없이. 군대의 위용을 과시할 필요가 있겠죠.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군사 부문의 역량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겠죠.”

동국대 고유환 교수도 건군절 열병식은 한국의 ‘국군의 날’ 행사와 마찬가지라며, 올림픽을 방해하거나 위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처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김정일 시대에 유격대 전통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4월 25일로 바꿨다가 다시 원위치 한 것이거든요. 김정은 시대에 당 국가체제를 복원하면서 국가를 정상화 하는 과정에서 그런 기념일도 원상 회복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날짜를 꼭 올림픽을 겨냥했다고 볼 수 없을 겁니다. ”

고유환 교수는 특히 올해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으로, ‘꺾어지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고, 지난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기 때문에, 올해 여기에 맞는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의 건군절 날짜 변경과 평창올림픽 개막은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김정은체제 출범 이후인 지난 2015년부터 건군절을 2월 8일로 변경해 기념해왔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북한은 1978년까지 2월 8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기념하다가 갑자기 김일성이 1932년 4월 25일 항일유격대를 결성했다고 주장했고, 이후부터 4월 25일을 창건일로 기념해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청와대는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과 날짜가 겹치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예술단의 공연 날짜도 건군절과는 관련이 없다며 “북한 열병식과 맞물려 북한 체제 선전용으로 공연 날짜를 8일에 맞췄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따라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차질 없이 최선을 다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평창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참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노력을 다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백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열병식을 하기 전에 한국 정부의 우려를 표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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