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특파원 리포트] 이산가족들 임진각서 설 합동차례 "생사 확인, 자유 상봉 실현돼야"


한국 구정을 맞아 16일 임진각에서 실향민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한국 구정을 맞아 16일 임진각에서 실향민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설을 맞아 민족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에도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남북 이산가족입니다. 오늘(16일) 임진각에서는 이들을 위한 합동 차례가 열렸는데요,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특파원 리포트 오디오] 한국 내 이산가족들, 설 맞아 임진각서 합동 차례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4:50 0:00

개성에서 불과 20여 km 떨어진 파주시 임진각.

설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이 임진각 망배단에 차례상을 마련했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과일과 음식을 차려놓고 고향에 남겨진 가족을 떠올리며 절을 올립니다.

“부모 형제, 처자식을 기다리며 이산의 한을 지고 먼저 가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해빙 모드로 바뀌었지만,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은 올해도 상봉의 한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안충준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녹취: 안충준 위원장] “이산가족의 날을 국가기념의 날로 제정하고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자유로운 상봉을 최우선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이 마지막 경모제가 되어 다시는 이곳에서 설움을 달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 합동 차례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남북 모두 민족 앞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조건 없이 하루속히 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기만 하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산가족들은 살아있는 이산가족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16일 임진각에서 열린 실향민 합동 차례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16일 임진각에서 열린 실향민 합동 차례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함경남도 풍산이 고향으로 흥남 철수 작전 때 어머니와 단둘이 남한으로 온 79세 김수일 씨입니다.

[녹취: 이산가족 김수일 씨 79세] “바랄 거야 많죠. 많은 데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죠. 제가 80이 다 됐는데, 제가 죽어서 볼려는지… 가서 한번 보고 죽을련지 모르겠어요. 아무쪼록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계시길 바래요.”

평양이 고향인 74세 탁현기 씨입니다.

[녹취: 이산가족 탁현기 씨] “올림픽도 중요하고, 단일팀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이산가족 분들이 연세가 많으셔서 점점 돌아가시면, 앞으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잖아요. 이북에 있는 가족이라도 만나서 이산가족의 한이라도 풀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탁 씨는 특히 남북한 당국이 몇 백 명 규모가 아닌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산가족 탁현기 씨] “수많은 이산가족이 한 번에 1백 명, 2백 명 규모로는 만날 수도 없고 하니까, 대규모로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한국에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은 5만 8천여 명. 이들의 86%가 70세가 넘는 고령으로 지난 한 해에만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3천800명이 사망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985년 9월 남북이 고향방문단을 교환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이래 지금까지 모두 21차례의 대면 상봉을 통해 남북 4천185가족이 헤어졌던 가족과 재회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행사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2016년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들의 송환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