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한국 방문을 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에서 제재를 다뤘던 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조언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김 부위원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위협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천안함 폭침사건과의 연관성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Cheonan to me is a very big, extremely big case…”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선임 고문과 미 국무부 대북지원 감시단원 등으로 활동했던 브라운 교수는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사건은 매우 큰 사건으로 한국 정부가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데 개인적으로 놀랐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즉 미 해군함정이 특정 국가에 의해 침몰됐다면 전쟁이 시작됐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브라운 교수는 김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 요청은 한국이 북한에 맞서 ‘안 된다’고 외칠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 seems like this would be a very good case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만큼, 그의 방북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북한에 추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대남공작 사령탑인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으로 활동하면서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한국 내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시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46명의 해군장병이 사망했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달 초 ‘VOA’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독자 제재 조치를 일부 유예하고 있는데 대해 “한국의 독자제재인 5.24 조치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촉발된 만큼 이를 완화하기 이전에 천안함 장병들의 가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5.24 조치는 남북 교역을 중단하고, 한국민의 방북을 불허하며, 대북 지원사업의 보류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북제재를 자문해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고른 배경에는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y could have picked any number of other…”
스탠트 변호사는 북한이 50명에 가까운 한국 장병을 죽인 사람이 아닌 다른 여러 인물을 한국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부위원장이 선택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그가 천안함은 물론 연평도 포격과 미국의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에 연루됐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is is North Korea’s way of threatening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to say…”
이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는 방식이며, 이런 위협 속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라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김 부위원장이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He was designated because he heads the RGB…”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소니 해킹 이전에 미 재무부의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에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김 부위원장을 제재한 이유는 그가 북한 정찰총국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10년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제재하는 내용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통해 그가 이끄는 정찰총국이 다른 나라들과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찰총국이 운영한 ‘청송연합회사’는 북한제 무기와 관련 물질을 수출하는 역할을 했는데, 여기에는 군용 선박과 미사일 시스템, 어뢰 등도 포함돼 있었다고 명시했습니다.
제재 전문가들이 이번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활성화된 남북 교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의 체류비 등을 제공하면서, 북한 선박의 입항도 허가했습니다.
또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었으며, 함께 방문한 최휘 북한 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은 유엔 안보리의 여행 금지 명단에 이름을 올려 한국 정부가 제재 유예를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스키선수들은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북한 선수들과 공동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이를 두고 “제재의 정신(spirit)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 재무부에서 테러자금·금융범죄실 산하 국제부(OGA) 국장 등을 역임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호화로운 스키장에서 합동 훈련을 하기로 결정한 건 “실수”였다면서,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통해 2006년에 부과된 ‘사치품 제재’를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합동 훈련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모든 나라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줄 뿐 아니라, 돈과 자원을 자국민이 아닌 호화로운 스키장에 쓰도록 결정한 김정은에게도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