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매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강조해 온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올해에도 표결 없이 채택됐습니다. 북한이 식량보다 핵 개발을 우선시한다는 내용 등 다양한 인권 유린을 지적했는데, 중국은 긴장 완화에 도움될 게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7차 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는 동의(컨센서스) 형식으로 채택했습니다.
[녹취: 제37차 총회 현장음] “I see none. May I take it that the resolution L29 may be adopted without the vote, so decided.”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부에 국내외에서 자행된 인권 유린과 범죄를 인정하고 모든 인권 유린과 범죄를 중단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강제 노동과 고문, 성폭행 등 수용소와 관련된 모든 인권 유린을 중단하고,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해 정치범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외국인 수감자들에게 통신의 자유와 영사 접견 등 보호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으며 북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자국민들의 식량 접근 문제보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군비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도주의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엔총회가 지난해 채택한 결의안에서 안보리에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계속 고려하도록 권고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간 대화를 환영한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 고향 방문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결의안은 투표 없이 채택됐지만 중국은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중국 측 대표] “At this moment the peninsula situation is seeing positive change, hopes that all parties will do things that will contribute to the relaxation of the situation, and further make efforts so that the situation in the peninsula will develop in the better direction. And the L29 Resolution does not meet the above objective. Therefore we can’t join the consensus of this resolution.”
중국 대표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고 상황이 더욱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당사국이 노력해야 한다며 이번 결의안은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결의안에 대한 컨센서스에 동참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인권 결의가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며 북한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번 결의에서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남북대화를 포함한 대화의 중요성에 주목한 점을 평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의안 초안을 공동 작성한 일본 역시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컨센서스로 채택된 점을 환영한다며 납치 피해자 문제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올해 채택된 결의는 납치 문제를 포함한 인권 유린을 멈추기 위해 북한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인을 비롯한 모든 납치 피해자들을 조속히 돌려보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유엔인권이사회는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가 지난 2003년에 처음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뒤 매년 결의안을 채택해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