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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중국, 김정은 초청해 북 핵 문제 영향력 회복 시도”


28일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서 열린 포럼에서 박창희 국방대 교수(왼쪽 네 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8일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서 열린 포럼에서 박창희 국방대 교수(왼쪽 네 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불러들였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대북 제재 분위기 역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박창희 교수는 북-중 정상의 이번 만남에 중국의 조급함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창희 교수]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를 회복하기 위해서, 그걸 통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국 군사문제연구원이 28일 개최한 포럼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중국을 당황하게 했고, 전략적으로 북한의 '친미제중'의 가능성을 우려하도록 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경제와 타이완 문제 등으로 견제를 당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으로선 북한의 전략적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문흥호 교수]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매우 필요하게 됐죠. 북한으로서도 중국이 매우 필요하게 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한 것인데...”

문 교수는 북한 문제에서 중국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 데 대한 후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문흥호 교수] “제재를 너무 세게 했어요. 중국 나름대로는 결과적으로는요. 나중에 보니 북한한테도 욕먹고, 미국한테는 열심히 안 한다고 욕먹고, 한국에게는 아쉽다고 욕먹고. 열심히 나름대로 했는데 북한을 잃고, 미국과 한국으로부터는 욕을 먹은 거죠.”

여기에 최근 중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타이완과 티베트 문제를 미국이 압박용 카드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판단을 내린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카드가 타이완과 티베트라면 중국이 가진 카드는 북한이라는 겁니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미-중 패권 구도'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기호 교수] “미-중 무역경쟁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미-중 패권이 더 강화되면 북한의 위상이 점점 더 올라가잖아요.”

김 교수는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특히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중국이 정유제품을 끊는 등 제재에 동참하자 북한이 미국을 끌어들여 제재 완화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김기호 교수]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경제가 좋아지고, 외부정보, 자유 사상이 들어오면 내부 붕괴에 직면할 수 있는 딜레마거든요. 김정은으로서 최선의 방책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면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박홍규 박사는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홍규 박사] “중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한국한테 이야기 했을 때 한국이 이해하는 비핵화, 또 한국이 미국에 이야기했을 때의 비핵화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 그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봅니다.”

박 박사는 중국이 한국을 포용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과 지도력에 도전하는 데 있어 북 핵 문제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번 문제가 진행될 것을 염려한 중국이 북한을 불러 들여 제대로 확인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우호가 다시 두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제재 완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내놨습니다. 문흥호 교수입니다.

[녹취: 문흥호 교수]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뭐라고 했냐면 첫 마디가 '지금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의로 보나 도리로 보나 내가 중국 지도부에게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렇게 말했어요.”

따라서 문 교수는 이번 만남이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도리와 정의'가 언급된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앞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국 요인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흥호 교수]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나 한국 때문에 전체적인 판을 깨진 않아요. 미국과 중국 관계 속에서 북한과 한국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미-중 관계는) 어마어마한 산이고, 한반도 문제는 그 산에 있는 조그만 것 밖에 안 되는 거죠.”

박창희 교수도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여전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미국의 전략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창희 교수] “사실 북한이 손을 들고 정상회담을 요구한 자체에는 내부적으로 제재가 통했고 중국이 기여한 몫이 크거든요. 물론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지만 분위기를 만드는 저변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보거든요. 결국은 그 자체는 중국이 비핵화를 달성하는 순간까지는 끝까지 파트너로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너무 성급하면 안 된다.”

박 교수는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쉽게 제재를 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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