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러시아, 미 외교인력 맞추방...중국 '한국 조선업 압도' 계획


29일 울타리 너머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건물이 보인다.
29일 울타리 너머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건물이 보인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합니다. 며칠전 미국이 단행한 러시아 외교인력 추방에 대한 보복인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이 최대 조선사 두 곳을 합병해 세계 1위 업체를 만들 계획이고요. 이어서, 테리 브랜스테드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중국 정부의 미국산 콩 수입 제한 가능성을 비판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들을 추방한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 정부가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48시간 내에 폐쇄한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어제(29일) 발표했습니다. 추방되는 60명 가운데 58명은 러시아에 주재중이고, 나머지 2명은 예카테린버그에 근무하는 인력인데요. 러시아 외무부는 이들을, 외교용어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다음달 5일까지 출국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라브로프 장관이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지난 월요일(26일)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시키고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했는데요. 여기에 보복한 겁니다. 러시아 당국은 같은 이유로, 이번에 미국 외 다른 나라 외교관 90명까지, 서방 측 외교관 총 150명을 맞추방합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시킨 이유는 뭐였죠?

기자) 이달 초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때문입니다. 러시아 군 정보기관 출신으로,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정기적으로 기밀을 넘긴 전력이 있는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딸과 함께 런던 근교에서 독성물질에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는데요. 영국 정부는 수사 결과, 옛 소련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노비촉’이라는 신경작용제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요원이 영국 땅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살인을 기도한 사건으로 당국은 판단하는데요. 러시아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요원들이 영국 땅에서 화학무기로 살인을 기도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동의하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얼마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이사국(러시아)이 다른 이사국(영국)의 영토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고,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한다면, 안보리의 신뢰성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외교관 맞추방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은 뭡니까?

기자)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러시아에 촉구했습니다. 마치 러시아는 잘못한 게 없는데, 미국과 서방이 외교관들을 추방시켰고, 여기에 대응할 뿐이라는 식으로 라브로프 장관이 설명한 것을 비판한 건데요. 노어트 대변인은 어제(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 측의 행동에 대해 “우리도 대응할 권리가 있다”며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외교적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중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 이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외교관 150명을 추방하고, 러시아도 같은 수를 맞추방 했는데요. 이렇게 양측에서 많은 수를 서로 추방한 것은 옛 소련과 미국이 대치하던 냉전시대 이후 최대 규모라고 주요 외신들은 짚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 입장을 두둔하는 나라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대표적인데요. 중국은 외교부 논평 등을 통해 “서방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경솔한 행동”이라며, 미국과 영국 때문에 국제사회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오스트리아는 유럽각국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 조치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놨는데요. “냉전 당시에는 긴장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손 쓸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통제와 소통 장치가 있었지만 (옛 소련 해체와 함께)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서방 측이 각자의 입장만 강조하면서, 냉전시대보다 갈등을 풀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2011년 중국 남부 광저우시 룽쉐 조선소에서 한 노동자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중선중공)'가 제조한 선박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지난 2011년 중국 남부 광저우시 룽쉐 조선소에서 한 노동자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중선중공)'가 제조한 선박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큰 조선사들을 합병해 세계 1위 업체를 만든다고요?

기자) 네. 중국 국무원이 배 만드는 회사로 가장 큰 두 곳,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중선집단)’과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중선중공)’ 간의 합병을 예비승인했다고 오늘(30일) 중국어권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2000년대들어 세계 조선업계는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양상인데요. 합병으로 출범하는 중국의 새 조선회사는 한국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1위 기업이 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현재 세계 1위 조선사는 어느 곳인가요?

기자) 한국의 현대중공업입니다. 제조 물량과 작업 난이도, 만드는 배의 무게 등을 고려해 조선사의 규모를 따지는 ‘CGT(Compensated Gross Tonnage)’라는 기준이 있는데요.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772만CGT를 기록해 세계 최대 업체입니다. 그런데, 합병하는 중국의 중선집단과 중선중공의 CGT를 단순히 합치기만 해도 1천40만 규모로, 현대중공업보다 훨씬 큽니다. 세계 수요의 13%를 담당하는 수치인데요. 합병회사는 매출액 기준으로도 한국업체들을 압도하게 됩니다.

진행자)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기자) 중선집단과 중선중공의 매출액을 합치면, 810억 달러 정도인데요. 한국 3대 조선회사이자,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세계 1,2,3위 업체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매출을 모두 더한 것의 두 배가 넘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이렇게 두 조선사를 합쳐 큰 회사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중국 조선업체들은 그 동안,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싼 값에 수주해 많은 물량을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는데요. 이런 식으로 한때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이런 ‘박리다매’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큰 회사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겠다는 국무원의 의지가 담긴 조치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합병 조선사는 한국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매출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고부가가치 선박’이란 어떤 걸 말하나요?

기자) 만들기가 어려워서 크기에 비해 가격이 높은 배들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칩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고용량 유조선, 그리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대표적인데요. 중국업체들이 이런 배들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 러시아와 일본 등의 발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중선집단’과 ‘중선중공’은 한국 업체들이 만들지 않는 배도 제조할 수 있어서, 합병하면 세계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한국이 만들지 않는 배도 중국이 담당한다고요?

기자) 네. ‘중선집단’은 중국 해군의 1,2,3호 항공모함을 건조하거나 개량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요, ‘중선중공’과 합병 후 두 회사 기술과 시설을 활용해 크루즈선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루즈선은 배의 안팎을 고급호텔처럼 꾸며 세계 곳곳을 다니는 대형 유람선인데요. 배 1척당 가격이 같은 급 화물선의 최대 20배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선박입니다. 현재 이 분야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업체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이렇게 조선업에 신경 쓰는 배경은 뭘까요?

기자) 조선업은 제조업의 모든 역량이 모이는 곳입니다. 배를 만들려면, 우선 몸통을 구성할 철강제품이 들어가고요, 각종 배관 자재, 또 단열재, 여러 가지 전자부품, 통신 기기, 위성항법장치 등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조선업이 발전하면, 광범위한 관련산업이 함께 이익을 보는 건데요. 중국 정부는 시진핑 정부 2기 주요 경제운용 계획 중 하나로 조선업 육성을 상정해놓고 있습니다.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에 일촉즉발의 무역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가 양국의 무역 갈등에 관해 언급했네요.

기자) 네, 브랜스테드 대사가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블룸버그, CNBC 등 미국의 주요 경제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미국산 수입콩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브랜스테드 대사는 또, 계속 늘어나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미국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대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경고를 했습니까?

기자) 네, 중국이 만약 미국산 수입콩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라는 지적입니다. 콩은 잘 아시다시피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죠. 또 돼지의 주요 사료로 쓰이고, 현재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중산층이 즐겨 먹는 주요 식품인데요. 브랜스테드 대사는 만일 중국 정부가 미국산 수입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미국의 농부들보다 중국의 일반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 피해를 당할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지금 전 세계 콩 수입 1위 국가라고요?

기자) 네, 중국은 미국 전체 콩 생산의 약 3분의 1 규모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기도 합니다. 미국 역시 피해가 예상되는데요. 특히 콩과 돼지고기를 많이 생산하는 아이오와 같은 중서부 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고요. 더불어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브랜스테드 대사가 아이오와주 주지사도 역임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인연이 깊은데요. 브랜스테드 대사는 시 주석이 1985년 허베이성 정딩현 서기 자격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아이오와주를 방문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브랜스테드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궁극적으로는 양국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양국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보복이 답이 아니라, 조화와 협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브랜스테드 대사가 또 중국의 불공정 무역도 지적했다고요.

기자) 네, 브랜스테드 대사는 양국 간 불공정 거래의 사례로 미국의 사회연결망(SNS)인 페이스북과 중국의 위챗을 비교했는데요.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이 금지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위챗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브랜스테드 대사는 중국이 미국기업들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얼마 전 중국에 대한 대규모 무역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과 함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최고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이전 제한을 골자로 하는 문서에 서명했는데요. 현재 해당 부처들이 세부 품목들을 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중국도 바로 역공세에 나섰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상무부도 바로 다음날인 23일 웹사이트에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조치와 관련해 3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 15%,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건데요. 미국 콩 수출위원회가 29일, 현재 중국이 미국산 콩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또 다른 무역 마찰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 당국이 자동차나 항공 분야에 대한 관세 보복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군요.

기자) 네,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마찰이 확대되면, 중국은 농산물부터 항공기, 자동차, 반도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29일 사설에서 주장했습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이날 중국은 미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서 미국이 무역 전쟁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