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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북협상가들 “비핵화 의지와 비핵화 ‘논의’ 의지는 별개”


지난 3월 한국 서울역 대기실에 설치된 TV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서울역 대기실에 설치된 TV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미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는 비핵화 ‘논의’ 의지는 당초 알려졌던 북한의 약속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북한과의 핵 협상에 참여했던 전직 미국 고위 관리들은 한국 당국자들이 미국에 전한 북한의 의사는 ‘논의’가 아니라 ‘비핵화’ 의지였다며, 북한의 의지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전직 협상가들은 비핵화에 대한 해석 차이와 체제 보장의 비현실성도 미-북 정상회담의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직 대북 협상가들은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려는 의제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인지, 아니면 비핵화 ‘논의’ 의지를 밝힌 것인지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차관보는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을 만난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의 발언도 이후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차관보] “There are now three versions of what North Koreans have said, and I am quite frankly puzzled at them.”

정 실장이 평양에서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어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도 이후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말했다며 ‘비핵화 의지’와 비핵화 ‘논의’ 의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더욱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약속이 비핵화인지, 아니면 비핵화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는 것이 한국 대표단의 메시지였다고 답했었습니다.

[녹취: 샌더스 대변인] “The understanding the message from the South Korean delegation is that they would denuclearize and that is what our ultimate goal always has been and that will have to be part of the actions that we see them take. We have to see concrete and verifiable actions take place.”

하지만 미국 행정부 관리는 지난 8일 “미국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혀 미묘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직 협상가들은 북한이 앞서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 보장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비현실적 조건이라고 일축했습니다.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에 참가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어떤 보상도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think security assurances or peace treaty or even the withdrawal of U.S. forces and ending the U.S.-ROK security relationships, I don’t think any of that would provide North Korea with much assurance with much comfort, and the nuclear weapons would continue to be the most important guarantee for the North Korean sovereignty, most important protection.”

평화협정 체결이나 주한미군 철수, 미-한 안보 관계 파기 등을 제공한다고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체제 보장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 개념을 두고 커다란 간극을 경험한 이들 관리들은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2005년 6자회담 9.19 합의 때와 여전히 같은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Obviously the condition for having the meeting would be North Korean willingness to discuss the denuclearization, but obviously North Korean concept of denuclearization is the one that captured in September 2005 agreement, which talks about denuclearization in phases based on the reciprocal actions by North Korea and the other parties.”

북한은 당시처럼 미국이나 다른 당사국들과 북한 간의 상호 행동에 따른 단계적인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해 다른 해석을 갖고 회담에 나오려는 것 같다며 생산적인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역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미국과 한국이 전통적으로 말해온 비핵화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What North Korea means by denuclearization is very different than what the United States and what South Korea traditionally has meant by the denuclearization. And in my conversations with North Koreans over the years, it is clear that the United States has to take a number of steps first such as ending the alliance with south Korea, removing all of its military troops off the Korean peninsula…”

과거 북한과의 대화 경험에 따르면, 북한은 미-한 동맹 파기와 주한미군 철수, 역내 훈련 중단 등이 이뤄진 후에야 핵무기 제거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겁니다.

1990년대 당시 북한의 경수로 사업을 추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리스 전 실장은 따라서 자신은 핵무기 포기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대북 협상가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과 직접 접촉하며 회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회담이 실제로 열릴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정상회담의 의제와 결과, 절차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사전 논의를 갖는 건 일반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차관보] “Yeah I mean the normal process for the summit between any countries would be first working level and senior officials to hold a series of discussions, in which the two sides talk about the agenda, talk about outcomes, talk about protocols, talk about all the various issues that you would normally talk about.”

하지만 이번엔 회담 일정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절차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당국자들이 사전 협의를 하는 건 진전으로 보이지만 회담이 실제로 열린 후에야 이를 믿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회담의 실제 성사 여부에도 매우 회의적이지만 이를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완전히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am very skeptical that the meeting will actually take place in the first place and I am completely skeptical that there will be any breakthrough. Again because our definition or working assumption are very different and there hasn’t been enough time to prepare properly for the summit.”

비핵화에 대한 해석도 다를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선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또 북한 정권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는 검증 절차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회담이 열리더라도 비핵화를 이뤄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at is exactly right, so typically what happens is if you agree some types of arms control agreement there is a declaration by the host state, and they put out list of nuclear facilities and weapons,”

리스 전 실장은 어떤 형태로든 무기 감축 합의가 이뤄진다면 해당 국가는 모든 핵 시설과 무기들을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허용해야 하지만 북한의 전례를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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