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았지만 대규모 열병식은 없었고, 군부 인사들의 움직임도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비핵화로 가기 위한 내부의 정치적 과정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태양절이면 북한 최대 명절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최대 명절로 기리고 있습니다. 이 날을 전후해 평양 등지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체육 행사가 벌어지는데요, 올해도 청년학생 무도회, 농구경기, 김일성화 축전, 불꽃놀이,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등이 열렸습니다. 올해 태양절은 군 열병식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가 없었다는 점에서 예년과 뚜렷이 대비됩니다.
진행자) 지난해만 해도 태양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었지요?
기자) 네,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는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공개됐고, 태양절 다음날에는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습니다. 2016년에도 태양절을 맞아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었는데요, 올해는 군부 인사들은 아예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태양절 무렵에 무력시위를 벌여온 건 이 시기에 미군과 한국군의 연례 합동훈련이 진행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았지요?
기자) 맞습니다. 매년 4월은 미군과 한국군의 연례 독수리 훈련이 진행되는 시기인데요, 북한은 이 훈련을 `북침연습’ 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맞대응 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남한과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각각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훈련에 대해 `양해’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아무런 대응 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한 약속을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는 것이네요?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핵화 의지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그리고 미-한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이해를 약속했는데요, 현재까지 잘 이행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의 경우 지난해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아직 아무런 동향이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긴 기간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진행자) 최근 들어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점도 주목할 일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양절을 맞아 중앙보고대회가 열렸지만 이 자리에서 핵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습니다. 앞서 지난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북한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내부의 정치적 과정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서 상당한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관측도 있지요?
기자)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 접견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권 7년 만에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정치행보를 선 보이고 있습니다.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이끄는 중국 예술단을 접견한 뒤 연회를 개최한 것이 한 가지 사례인데요,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 부장을 아예 접견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평양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를 면담하지 못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텐데요.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합의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실제 변화는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은 핵 포기와 대북 제재 해제, 경제협력, 평화협정 체결, 미-북 수교 등을 맞바꾸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미국은 북한이 실제로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의 요구에 부응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미-북 정상회담은 세계사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게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핵. 미사일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남한과 미국 등과 대화에 나섰다는 의구심도 여전한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마당에 시간을 벌기 위해 시진핑 주석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려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유지한다는 방침인 만큼, 대화가 `시간벌기’ 용이란 주장은 북한이 제재와 압박 때문에 대화로 선회했다는 관측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