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대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인 하먼 소장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 등 주요 핵시설에 대한 엄격한 사찰을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먼 소장은 2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는 전제조건이라기 보다는 장기 목표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9선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하먼 소장을 안소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그 동안 6자회담 등 다자간 대화보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해 오셨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과 일맥상통하는데요.
하먼 소장)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그들을) 폭격하는 것 보다 낫습니다. 아직 북한과의 대화는 시작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면 아예 대화의 장에 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트럼프 정부에 북한과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 경험이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선제 조건으로 두지 말자는 말씀이십니까?
하먼 소장) 네, 제가 언급한 유연성이란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엄격한 사찰부터 시작하자는 겁니다.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는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 나가자, 그래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걸 보여주자는 겁니다. 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처음부터 큰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겁니다.
기자) 하지만 ‘비핵화’ 의미를 둘러 싼 미국과 북한의 의미는 차이가 큽니다. 과연 이 간극을 줄여갈 수 있을까요?
하먼 소장) 네 맞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이 의미하는 것과 다르죠. 북한에게 ‘비핵화’란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 제공하고 있는 ‘핵 우산’을 제거하면 핵 개발을 멈추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북한의 주장에 동의할 리가 없습니다. 또 미국의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주장을 알면서,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준비가 아주 잘 된 그런 대화를 성사시켜서 ‘최고의 게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자) 하지만 북핵 해법으로 대화만을 고수해야 할까요? 북한은 반 세기 넘게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겨왔는데요.
하먼 소장) 북한의 나쁜 기록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체결해 놓고 미국 의회는 예산 승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정권을 잡은 부시 행정부는 이 합의에 우라늄 농축 관련 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집행하지 않았고요.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기록도 이렇게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 어디에도 처음부터 완전한 거래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견을 줄여가며 최대한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줄여나가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하먼 소장) 가장 적절한 도출안은 북한의 완전한 핵 개발을 멈추게 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엄격한 사찰방식을 통한 농축 프로그램 제한도 포함됩니다. 전 북한 김 씨 일가의 목표는 정권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을 계속 쥐고 있을 수만 있다면 많은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북한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전 세계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또 주변 아시아 국가는 재래식 무기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도 개선돼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하고요.
기자) 북한이 핵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일부 핵 시험장 폐기를 발표했습니다. 큰 의미가 있는 건지, 미국과의 협상에 영향을 줄까요?
하먼 소장) 이제 (핵 시설에 대한) 엄격한 사찰이 진행돼야 하는데, 북한은 상당히 어려운 목표물이 될 겁니다. 수많은 지하 터널이 있을 테니까요. 회담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으로부터 농축 시설 폐기 약속을 받아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북한이 공식 자료에 나온 것처럼 우라늄과 플루토늄 농축 기술을 통해 해마다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2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용납할 수 없습니다.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 달, 아니면 6월에 열릴 수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데, 어떤 만남이 되길 희망하십니까?
허만 소장) 남북한 모두 어떤 형태든 통합된 한반도를 희망할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것이 한 국가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고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단 한국 전쟁 이후 헤어진 가족들이 자유롭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기자) 미북 정상회담이 사상 처음으로 열립니다.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십니까?
허만 소장) 전 트럼프 행정부를 대신해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지켜보면서 낙관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왜냐면 사실 북한 문제에 있어 아주 좋은 해법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덜 나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제게는 여러 차례 말씀 드렸듯, 북한에 대한 폭격보다 대화입니다.
지금까지 제인 하먼 우드로 윌슨 센터 소장으로부터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견인돼야 하는 지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