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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풍계리 핵실험장 '사용불능 폐쇄' 주장 설득력 떨어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8노스, 지난 2016년 촬영 상업용 위성사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8노스, 지난 2016년 촬영 상업용 위성사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키로 한 북한의 발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폐기한 것이라는 지적과,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는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관한 북한의 발표가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결정서를 채택했는데요, 북한은 이 결정서에서 `4월21일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며,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발표를 놓고 무슨 논란이 일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 핵실험을 거치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며, 북한이 `버린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주장 때문입니다. 이들은 핵실험장 폐쇄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핵실험장 주변의 위성사진과 지진파 측정 결과입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학 지진실험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실시된 6차 핵실험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이 붕괴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핵실험의 충격으로 바위와 산등성이 등이 부서져 함몰됐고, 지하에 직경 200미터 크기의 공간이 생겼다는 겁니다. 6차 핵실험 이후 길주군 인근에서 소규모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핵실험장의 붕괴 가능성을 높인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반대 주장도 있지요?

기자) 워싱턴에서 발행되는 북한전문 매체인 `38 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6차 핵실험이 실시된 만탑산 북쪽 갱도는 폐기된 게 사실이지만, 서쪽과 남쪽 갱도는 여전히 ‘완전 가동 상태’라는 겁니다. 이 매체의 주장은 위성사진이 근거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폐쇄 발표 이전에 풍계리 핵실험장의 상태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요?

기자)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에는 동쪽과 남쪽, 북쪽에 3개의 지하갱도가 있습니다. 동쪽 갱도에서 실시된 1차 핵실험을 제외한 나머지 5차례 핵실험은 모두 북쪽 갱도에서 실시됐습니다. 여섯 차례 핵실험은 모두 규모 4.3이 넘는 인공지진을 유발했고, 특히 수소탄 실험이었던 지난해 9월의 6차 핵실험 이후 길주군 일대에서는 최근까지 10차례 `유발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여섯 차례 핵실험의 여파는 어땠나요?

기자) 만탑산의 암석이 깨지고, 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또 만탑산 지하에 60~100미터의 공동이 생겼을 것이라는 한국 기상청의 관측도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만탑산 피로증후군’이라고 전했는데요,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핵실험장이 붕괴하고, 이로써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더이상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가요?

기자) 북쪽 갱도에 대해서는 `38 노스’도 일찌감치 다시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었습니다. 북한은 이 때문인지 올해 초부터 만탑산 서쪽에서 새로운 갱도 공사를 시작한 것이 관측됐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염두에 뒀다면 추가 갱도를 건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38 노스’는 남쪽 갱도도 핵실험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풍계리 핵실험장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폐쇄한 것은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사실 위성사진이나 지진파 관측 만으로 핵실험장 추가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6차 핵실험 직후와 지난해 11월29일 국회 보고에서, 5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갱도 외에 새로운 갱도가 완공돼 북한은 언제든 7차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에 대해 `버린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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