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공단 입주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더라도 국제화를 통해 과거의 불합리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잘 알려진 SJ테크의 유창근 회장은 머지 않은 시기에 개성공단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녹취: 유창근 회장] “북한이 전향적으로 완전한 핵 폐기, 비핵화에 대한 문제를 들고 나와서 개성공단 중단에 단초가 됐던 그 문제가 해소될 수 있고...”
SJ테크는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을 당시 짐을 싸야 했던 120여개 한국 기업 중 하나입니다.
[녹취: 유창근 회장] “2016년 2월10일에 닫혔을 때는 정말 충격을...그 것도 북쪽이 아닌 우리 정부에서 조치를 취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됐습니다.”
실린더용 부품을 생산하는 SJ테크는 현재 인천 지역에 창고로 활용하던 건물에 생산설비를 갖춰 놓았습니다. 장소가 협소해 기존 건물 옆에 가건물과 천막을 친 상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 공장에는 50여명의 직원들이 400여 북측 근로자가 했던 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 중 상당수는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했지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부품을 만드는 SJ테크는 한국에 남아 개성공단 재가동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SJ테크의 이규용 품질팀장은 개성공단 폐쇄 당시 설비와 금형 등을 개성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주요 고객에게만 부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개성공단 내 설비와 금형의 재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통일부와 방북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팀장은 회사 재산보다는 북측 근로자의 안부가 더 궁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개성공단은 한국 기업이 부담하는 임금이 북측 근로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던 곳입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을 통해 넘어간 외화가 북한의 핵 개발 비용으로 전용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 회장은 개성공단을 통해 오히려 북측 근로자들이 외부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창근 회장] “거기 가 보신 분들은 알지만 '메이드 인 피스(peace)' 결국은 평화를 만드는 곳이라는 걸…”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07년 채택한 10.4 선언에는 '개성공단 1단계 건설을 이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담아 남북의 경제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유 회장은 '개성공단 재개 TF 단장'을 맡아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도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가 트였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조만간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연내에도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부소장]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이 설정되면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북 제재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 부연구소장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남북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과거 전철을 밟지 않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부소장] “하지만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과거처럼 남북 간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중단되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발전적 재개 형태로 가야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등 국제화 노력이 뒤따를 수 있다고 조 부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앞서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사업 자체가 갖고 있는 불합리한 성격들을 합리적이고, 국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류길재 전 장관] “'남북 간의 사업이니까 마치 국제 관례에 벗어나서, 민족사업이니까 별개로 갑시다'라고 하는 것이 북한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봐요. 힘이 들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국제 기준에 맞도록 하는 그런 협력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게 북한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