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상대에 대한 호칭과 평가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핵심 의제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우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바꿨나요?
기자) `미 합중국 대통령’이란 공식 직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어제(11일)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 대해 보도하면서, 폼페오 장관이 “김정은 동지께 도널드 트럼프 미 합중국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해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아무런 호칭 없이 `트럼프’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호칭을 사용하고 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언급할 때 직책 없이 `김정은’ 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로 호칭 없이 `김정은’ 이라고 하는 것과는 어감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영어로는 비하적인 의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그를 좋게 평가할 때도 직책 없이 `김정은’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변화는 호칭 보다는, 평가가 달라진 점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honorable’ 이란 표현을 쓴 게 대표적입니다. Honorable은 `존경하는,’ `영예로운’ 이라는 의미인데요, 상대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이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한 데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이 점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변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10일) 새벽 공항에서 석방된 미국인들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현실세계(the real world)로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믿는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가장 강한 비판론자인데요. 펜스 부통령의 평가에도 변화가 있나요?
기자) 네, 펜스 부통령은 어제(10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억류 미국인 석방 등 여러 조치들을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발표한 성명과 해온 노력에 정말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는데요, 펜스 부통령의 대북 인식이나 과거 대북 발언들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국무장관은 아예 `김정은 위원장’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지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은 두 차례 평양 방문에서 모두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했는데요, 첫 방문 때는 김 위원장과 무려 3~4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두 번째 방문인 지난 9일에는 김 위원장과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영상과 사진을 통해 공개됐는데요, 폼페오 장관은 지난달 초 첫 방북 직후 김 위원장에 대해 “똑똑하고,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바로 얼마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를 험악한 말로 비난했던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네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 등으로 비하했던 건 잘 알려진 일입니다. 김 위원장 역시 개인성명까지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 등의 표현으로 격하게 비난했었습니다.
진행자) 두 정상의 서로에 대한 호칭이 달라진 건 회담 전망을 밝게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한 달 뒤면 마주앉게 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에 대해 험담을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를 공식 호칭으로 부를 겁니다. 그렇다 해도 현 시점에 상대에 대한 호평까지 나오는 건 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관한 양측의 사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