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연방 대법원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조만간 결정이 나올 주요 소송 내용 알아봅니다. 미국 사무기기 전문업체 제록스가 일본 후지필름과 합병 계획을 취소했다는 소식 있고요, 연방 선거위원회(FEC)가 후보들이 선거자금을 아이를 돌보는데 쓸 수 있다고 결정했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다음 달에 회기를 마무리하고 여름 휴가에 들어가는데요. 아직 여러 소송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심리 일정이 지난 4월 말에 끝났습니다. 곧 여러 소송에 대한 결정이 나올 텐데요. 연방 대법원은 보통 중요한 소송의 경우, 회기 마지막에 가서야 발표하곤 합니다. 따라서 정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결정은 6월에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어떤 소송이 남아 있습니까?
기자) 정치 전문 일간지 ‘더힐(The Hill)’이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요. 위스콘신주와 메릴랜드주 ‘게리맨더링’에 관한 소송이 있고요, 동성결혼 관련 웨딩케이크 소송, 스포츠 도박, 언론의 자유와 임신 중절, 그리고 흔히 ‘여행 금지 조처’로 불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국가 입국 제한 조처에 관한 소송이 있습니다.
진행자) 대부분 앞서 이 시간에 다뤘던 소송이긴 한데, 그래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한 가지씩 살펴보도록 할까요?
기자) 네, 먼저 ‘게리맨더링’ 소송부터 보겠습니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그리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현재 대법원에 위스콘신주와 메릴랜드주 게리맨더링, 두 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위스콘신주 소송은 민주당이 낸 건데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위스콘신주 의회가 지난 2010년에 선거구를 조정했는데 이게 부당하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그렸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2년에 시행된 주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 측이 전체 99석 가운데 60석을 차지했는데요. 하지만 득표율은 49%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차지한 건 ‘게리맨더링’ 때문이라고 민주당 측은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급 법원에서는 민주당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이 건에 대해서는 회기 초에 심리가 열린 거로 기억하는데,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군요.
기자) 맞습니다. 10월 초에 심리가 있었는데요. 메릴랜드주의 비슷한 게리맨더링 소송을 대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발표가 늦어졌습니다. 메릴랜드주는 위스콘신 주와는 반대로 공화당 쪽에서 제기한 소송인데요.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했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기자) 위스콘신 주의 경우, 심리 당시 대법관들은 진보, 보수 성향별로 엇갈리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이 보수 5명 대 진보 4명으로 보수 쪽이 약간 유리한 상황인데요. 보수 판사이지만 가끔 진보 쪽에 서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웨딩케이크 관련 소송 볼까요? 요즘 결혼식에 빠지지 않는 게 웨딩케이크인데, 어쩌다 소송까지 벌어졌을까요?
기자) 네, 이번 소송은 동성결혼과 관련이 있습니다. 콜로라도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제빵사가 동성결혼식에 쓸 케이크를 구워달라는 주문을 거부했는데요. 이 제빵사는 자신이 만드는 케이크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 제빵사가 동성결혼에 반대하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동성결혼에 반대하는데, 동성 부부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어주면 자신이 이런 결혼을 지지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하급 법원은 이런 제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권 운동가들은 대법원에서 제빵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사업체들이 동성연애자나 성전환자들을 차별하는 근거로 이용할 것을 우려하는데요.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15년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스포츠 도박 관련 소송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네, 뉴저지주가 관련된 소송인데요. 크리스 크리스티 전 주지사 시절에 나온 겁니다. 미국에서는 서부 네바다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에서 스포츠 도박이 금지돼 있는데요. 이를 규정한 1992년 연방 법이 부당하다는 겁니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와 미국프로농구(NBA) 등 프로 스포츠 협회는 승부 조작 가능성 등을 들며 이 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행자)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만큼 크진 않지만, 뉴저지주에도 카지노, 도박장으로 유명한 도시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동부 해안가에 있는 애틀랜틱시티에 도박장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요. 뉴저지주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게임협회는 스포츠 도박산업을 합법화한다면, 한 해 260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고, 15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며 뉴저지 주 편을 들었는데요. 앞서 열린 심리에서 연방 대법관들은 1992년 연방 법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요, 실제로 14일, 6대3으로 뉴저지주 손을 들어줬습니다.
진행자) 언론의 자유와 임신중절에 관한 소송은 뭔가요?
기자) 네, ‘전미가족생명지원연구소(NIFLA)’가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낸 소송인데요. 여성들이 어느 진료소에서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임신중절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게시하라는 주 법에 항의해서 낸 겁니다. NIFLA는 도덕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데, 이런 정보를 게시하면 낙태를 홍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남은 한 가지 소송은 논란 많은 ‘여행 금지 조처’에 관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째로 발동한 입국금지령에 관한 소송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차드, 북한, 베네수엘라, 이렇게 8개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 또는 제한하는 조처를 했는데, 이 가운데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처음부터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고요, 차드도 최근 금지대상에서 빠지면서 5개 나라가 남았습니다.
진행자) 이들 국가가 주로 이슬람 국가라고 해서 문제가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와이주 등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에 한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입국금지령이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는 건데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입장입니다. 언론은 지난달에 열린 심리 분위기를 들며, 행정부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연방 대법원과 관련해 흥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가 지난주에 발표한 건데요. 연방 대법원이 시대에 맞춰 헌법 해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헌법 제정 당시 의도된 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은 41%에 그쳤는데요. 2년 전에만 해도 각각 46%로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이번에 그 균형이 깨진 겁니다.
진행자) 조사 대상자들의 지지 정당별로 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정당별로 큰 차이가 있었는데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응답자들 가운데서는 10명 중 8명이 시대에 따른 해석을 지지했는데, 공화당 지지 성향의 지지자들은 10명 중 3명만이 이를 지지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제록스(Xerox)라면 복사기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사무기기 제조업체인데요. 일본 회사에 넘어간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없던 일이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록스는 어제(13일) 일본 후지필름 홀딩스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앞서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 칼 아이컨 씨와 다윈 디슨 씨와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제록스 지분 15%를 소유하고 있는 두 사람은 매각을 반대해 왔습니다.
진행자) 반대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제록스 가치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겁니다. 일본 후지필름 홀딩스는 61억 달러를 들여서 제록스 주식의 50% 이상을 인수하고,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계획이었는데요. 지난 2월에 이 같은 발표가 나온 뒤 회사에 큰 내분이 일어 이사진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후지필름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제록스 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록스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깰 법적 권한이 없다는 건데요. 손해 배상 소송을 포함해 여러 대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제록스가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매각을 결정한 거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새 이사회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인데요. 일각에서는 제록스가 경매에 부쳐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한때 복사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제록스는 복사기술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고요, 사업 다각화 노력에 실패하면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선거 자금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결정이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주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서 나온 결정인데요. 의회 선거에 나온 후보가 ‘아이 돌봄(child care)’ 비용을 선거 자금에서 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관련 법과 규정은 선거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FEC에서 갑자기 왜 이런 결정이 나왔나요?
기자) 네. 뉴욕에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 2구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류바 그레첸 셜리씨가 지난 4월 FEC에 편지를 보내서 선거 자금 일부를 아이를 돌보는 데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었습니다. 그레첸 셜리씨는 아이를 맡기는데 시간당 $22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선거하고 아이를 보는 것하고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궁금하군요?
기자)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한테 아이를 맡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레첸 셜리씨는 다가오는 당 경선에 대비하려면 저녁이나 주말에도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아이를 맡기는 비용을 선거 자금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아이를 돌보는 것도 선거운동의 하나라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레첸 셜리씨는 FEC에 보낸 편지에서 아이를 봐 주는 사람이 선거 관리 참모나 선거 자금 운용자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이 사람 없이는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그레첸 셜리씨의 요청이 알려지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과 현직 하원의원 24명이 FEC 측에 그레첸 셜리씨의 요청을 승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FEC가 해당 결정을 내리면서 어떤 이유를 들었습니까?
기자) 선거 운동 때문에 아이를 맡겨야 했고, 선거 운동을 계속하려면 아이를 계속 맡겨야 하는 상황을 인정해 해당 요청을 승인한다고 FEC는 밝혔는데요. FEC 위원 4명은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지난 1995년과 2008년에 남성 후보가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는 비용을 선거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FEC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당사자인 그레첸 셜리씨는 10일 성명을 내고 FEC 결정이 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성과 부모들에게 중요한 전기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선거 관련 규정이 선거 자금을 개인적으로 쓰는 걸 금지한다고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규정과 관련해서 지금 논란에 휩싸여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고 대통령 개인 변호사가 합의금으로 13만 달러를 지급했고,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돈을 갚았는데, 변호사에게 갚은 돈을 선거 자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돈이 선거 자금이 아니라 개인 돈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