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 북한의 강력한 문제 제기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제기한 비난은 다소 뜻밖이 아닌가요?
기자)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와 관련해 지금까지 미국이나 한국에서 나온 보도들을 감안하면 분명 뜻밖입니다. 정상회담을 위한 미-북 양측의 물밑접촉이 대체로 순조롭고, 또 4.27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도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걸까요?
기자)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미국 고위 관리들의 발언과, 현재 진행 중인 미군과 한국군의 맥스선더 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겁니다. 미국에서 `선 핵 포기, 후 보상’이 기정사실처럼 되고, 한반도에서는 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데 대해 경고함으로써 자신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또 비핵화 논의에 대한 내부의 우려를 관리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김계관 부상의 담화는 특별히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하고 있던데요?
기자) 볼튼 보좌관이 주장하는 리비아식 북 핵 해법을 `선 핵 포기, 후 보상’으로 간주해 반발하면서,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 요구도 비난하고 있습니다. 김 부상이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중단을 거듭 강조한 건 `단계적’ 비핵화 주장을 달리 말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핵화 조치의 진행에 맞춰 미국도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미-한 공군의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고 나선 배경은 뭔가요?
기자) 훈련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겠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를 둘러싼 막바지 신경전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맥스선더 훈련은 이미 지난 11일 시작됐고, 북한은 고위급회담을 14일 열자는 한국 정부의 지난 8일 제안에 대해 16일 개최로 수정제안하는 통지문을 어제(15일) 보내왔습니다. 그러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겁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평양을 방문한 한국 정부 특사단에게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이해를 표명하지 않았나요?
기자) 당시 특사단 수석대표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3월6일 발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이 오는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양해한 건 `독수리 훈련’과 `키 리졸브’ 훈련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정 실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발표한 내용은 다소 다르지 않은가요?
기자) 정 실장이 3월8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내용은 김 위원장이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독수리 훈련’과 `키 리졸브’ 훈련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정례적인 미-한 훈련에 대해 양해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해 `판문점 선언’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양측의 노력에 대해 명시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는 게 선언 2장 1항의 내용입니다. 맥스선더가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라는 게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지만, 북한으로서는 이 합의를 근거로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발표가 앞으로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중요한 건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조치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여부입니다.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개인 담화와 `조선중앙통신’ 보도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미뤄볼 때 판을 깨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볼튼 보좌관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됩니다. 다만,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미-한 두 나라의 대응에 따라서는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