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끝내 한국 기자단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예정된 폐기 행사는 그대로 진행하면서도 대남 압박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기자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측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 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 같이 전했습니다.
북한은 23일부터 25일 사이에 진행될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미국과 한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 기자단을 초청했지만, 18일부터 한국 기자단의 명단 접수를 거부해 왔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21일 외신 기자단의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취재 허가를 기다렸지만, 북측이 끝내 명단을 접수하지 않으면서 방북이 무산됐습니다.
결국 한국을 제외한 4개 나라 기자들은 22일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원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들은 원산에서 기차를 타고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이동해 폐기 행사를 취재한 뒤 다시 원산을 거쳐 베이징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북한이 한국 기자들의 명단을 접수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자들만 취재단에서 제외되면서 북한의 대남 압박 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지는 양상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삼았었습니다.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같은 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앞으로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한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19일에는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지난 2016년 집단탈북한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촉구하며 압박을 높였습니다.
조 장관은 성명에서 “남북 간 모든 합의들을 반드시 이행함으로써 과거의 대결과 반목을 끝내고,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취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이번 북측의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북한이 공약한 비핵화 초기 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데 주목한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북측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남북 및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조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만남이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대남 압박 분위기를 낮출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한국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한-미 간에는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 차원에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실장은 또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면서 이후 양국이 바라는 방향으로 미-북 정상이 합의를 이루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목표지점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냐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미-한 정상이 공유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실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설명과 북한의 태도가 다른 데 대해 물었다는 `뉴욕타임스' 신문의 보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자신이 전화통화에 배석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앞서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북한의 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놀라면서 참모들에게 화를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담화 내용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전한 내용과 상충되는지를 물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