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 고위 관리들의 실무회담이 한반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양측이 의제와 경호 문제 등을 집중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6월12일 미-북 정상 간 만남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는 28일에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실무회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성 김 대사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 랜달 슈라이더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와 함께 최 부상이 이끄는 협상팀과 27일에 이어 28일에도 만나고 있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양측의 판문점 회동 사실을 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 간 만남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양측은 29일까지 북한의 핵 폐기 방식 등 정상회담 핵심 의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협상팀을 이끄는 성 김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사를 지낸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6자회담 특사와 수석대표를 역임하면서 북 핵 문제에 관여해왔습니다.
또 후커 보좌관은 현재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고 있고, 슈라이버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최 부상은 오랜 기간 북 핵 6자회담에 관여해 온 대미 협상의 '핵심 인물'로, 올해 초 북미국장에서 부상으로 승진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책임자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해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두 나라의 사전 접촉은 판문점 외에 다른 곳에서도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뉴욕채널을 통해 기본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미-북 정상에 대한 의전과 경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29일부터 실무접촉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을 위해 미국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선발대가 27일 미국을 출발했으며, 일본을 경유해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또 북측에서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8명이 28일 베이징을 경유해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김 부장 등은 이날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포착됐으며 오후 4시35분 출발하는 싱가포르행 항공편에 탑승했습니다.
현재로선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실무회담 결과를 토대로 미-북 정상회담의 6월12일 개최 여부 등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26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실무회담이 앞으로 더 자주 열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 판문점 회담이나 올 가을 예정된 평양회담처럼 격식을 갖춰 정기회담을 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긴급한 필요가 있으면 이번처럼 판문점 남측과 북측 지역을 번갈아 오가며 실무적 회담을 수시로 할 수 있다면 남북관계의 빠른 발전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남북은 다음달 1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하고,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고위급회담과 연이어 열리는 군사당국자 회담, 적십자 회담에 대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회담이 고위급회담에서 결정되면 그에 따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