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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미북 정상회담에 거는 중국의 기대와 속내는?


지난달 7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당초 계획대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중국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북 간 직접 대화를 촉구해온 중국은 막상 두 나라의 막후 협상과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되자 자국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군사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미-북 대화는 지지하지만 두 나라가 중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정세에 변화를 줄까 봐 불안해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과 미국 지도자가 직접 회담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중국.

[녹취: 루캉 중국 외교 대변인]

그러나 속내는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거스르는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선 스팀슨센터 동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이 원하는 건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시작”하는 상황까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선을 넘어 중국의 참여 없이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어떤 해법도 나와선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윤선 국장]

중국 문제를 다뤘던 미 전직 관리들은 극도로 미세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의 ‘본능’에 익숙합니다.

미-북 협상은 긴장을 낮추는 용도로서만 유용할 뿐 북한 안보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의 지적입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긴장 고조 외에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 ‘근본적인 변화’는 다름아닌 북한이 필요 이상 미국에 다가가는 상황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과거 중국 관계자와의 대화 중 미-북 관계가 훨씬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중국에 상당한 적개심을 갖고 있는 북한이, 전쟁 중 중국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미국과 더 나은 관계를 갖게 된 베트남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입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중국 분석가로도 일했던 와일더 전 보좌관은 중국이 이런 구도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보다 미국과의 우호관계 구축을 이익으로 판단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군사 충돌 위기를 막기 위해 한편으로는 미-북 대화를 지지하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될 정도까지 밀어붙이지는 않는 “절묘한 균형(delicate balance).”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최근 행보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연구원]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중국의 이해가 보호되고, 동시에 북한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영향력까지 유지되도록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복잡한 이해관계 앞에서 미묘한 평형 상태를 실제로 유지해왔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미-북 접촉이 활발해지고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중국이 대화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구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묻어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기분이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밝혔던 북한이 또다시 군사훈련을 비난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요구를 대신 제기해 주기를 원하는 중국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연구원]

사실이라면 미국과 북한이 직접 접촉해 문제를 풀라는 중국의 요구가 ‘위선’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윤선 국장은 중국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대북 제재에 충실히 동참했지만 미국과의 교역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나아진 게 없다고 느낀다는 겁니다.

[녹취: 윤선 국장]

게다가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 계획까지 내놓는 마당에 유독 중국만 제재 유지를 강요당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을 수시로 방문하는 윤선 국장은 믿을만한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실제로 중국이 독자 제재를 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선 국장]

그렇다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등을 논의하는 협상의 장에서 중국을 열외시켜야 할 것인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북한을 신하의 나라로 여기는 중국은 중국이 “방 안에 없을 때” 미-북 대화가 이뤄지는 것을 싫어한다며, 미국은 김정은과 대화하는 동안 중국을 근처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윤선 국장은 현재 진행중인 대화와 협상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한국의 시도는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윤선 국장]

중국은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소외감을 느끼면 북한에 뭔가 제공하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이는 중국이 ‘게임’에 복귀하는 방식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중국이 바라는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반도의 현상유지’, 다시 말해 ‘안정’으로 모아집니다.

윤선 국장은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에 차이가 크지만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성공’으로 선언하는 그림을 원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윤선 국장]

이 역시 안정이 지켜지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의 분석도 이런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북 회담에 거는 기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안정적 구도를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이 목표를 어떤 방법으로 달성하든 중국은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중국의 제1목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역내 안정으로 직결되는 상황이지 비핵화 자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불안정에 대한 중국의 거부감은 심지어 그런 상황을 맞느니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

중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선호하지만 불안정과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높지 않다면 핵을 보유한 북한과 살아갈 준비 또한 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중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충돌 방지, 긴장 완화, 역내 안정이 이뤄지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기대한다며, 여기에는 북한을 중국식 경제개혁으로 이끌고자 하는 희망 역시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 목표는 남북한을 가깝게 만들어 중국의 영향력과 국력 아래 둠으로써 종국에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

중국이 미-북 회담에 거는 기대가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지적에는 이견도 있습니다. 중국이 원하는 건 영속적인 안정보다는 자국의 영향력이 부각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불안정’이라는 주장입니다.

고든 창 변호사입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중국은 북한이 동북아시아의 불안정 요소가 되길 바라며, 이럴 경우 미국으로부터 협조를 요청 받아 ‘균형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진단입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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