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강제 실종으로 의심되는 사건 16건에 대한 조사와 정보를 북한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수 년 째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들도 포함됐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이 북한에 장기간 억류 중인 김정욱, 김국기 선교사 사건을 북한에 통보하고 이에 대한 조사와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그룹은 지난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 결과를 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욱 선교사가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됐고, 김국기 선교사는 2014년 10월 1일 압록강에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 모두 북한에서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으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북한은 이들에 대한 석방과 송환은 물론 영사 접견이나 가족 면담 등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80년에 설립된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피해자 가족이나 민간단체들로부터 실종사건을 접수해 심사한 뒤, 이를 납치 의심 국가들에게 통보한 뒤 명확한 조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한국인 납북피해자 가족 중 처음으로 실무그룹에 사건을 접수했던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 피해자 가족회’ 대표의 설명입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실무그룹이) 접수를 받은 다음에 생사확인과 소재지 확인을 위해 북한측에 보내게 되고요, 이 메커니즘에 따라서 북한은 6개월 단위로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는 겁니다.”
황 대표는 한국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서 실무그룹에 사건을 접수하면서 국제사회에 청원하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실무그룹 보고서는 이 밖에도 다른 14건의 강제실종 사건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2014년 9월30일 평안남도 북창군 18호 정치범수용소에서 실종된 신경섭 씨 등 북한 내에서 실종된 북한 주민들이 7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이정룡, 이낙교, 이홍규, 이승규 씨 등 1950년 한국전쟁 중에 북한으로 끌려간 사람들 4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 밖에 2012년 7월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뒤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라충성 씨 등 강제북송 탈북자 3명도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강제 실종된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권 침해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사례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이 1950년 이후 다른 나라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함으로써 대규모 강제실종 사태를 초래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에서 탈북자들과 한국 국민들을 납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COI는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피해자가 어린이를 포함해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