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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선 로페스 오브라도르 압승...대미 보복관세 잇따라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후보가 1일 선거에서 당선된 후 멕시코 시티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후보가 1일 선거에서 당선된 후 멕시코 시티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남쪽으로 이웃한 멕시코에 89년 만에 좌파 정부가 들어섭니다. 어제(1일) 대선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당선됐는데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의 북쪽 이웃, 캐나다에서는 연간 약 126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발효시켰고요. 이어서, 중국 대학생이 교수를 고발해 해고되도록 만든 논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멕시코에서 대통령을 새로 뽑았군요?

기자) 네. 어제(1일) 멕시코 전역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재건운동(MORENA)', 일명 ‘모레나’당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중간 개표 결과 약 54%를 얻었는데요. 23% 정도에 그친 2위 '국민행동당(PAN)' 연합 리카르도 아나야 후보를 두 배 이상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이날 밤 수도 멕시코 시티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의 승리를 확인한다”고 연설했고요. 경쟁 후보들은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 결과가 멕시코 정치에 유례없는 변화라고요?

기자) 멕시코에서 공화정 출범 89년 만에 우파가 좌파에 정권을 내주는 겁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 소속당인 ‘제도혁명당(PRI)’이 지난 1929년부터 집권했는데요. 중간에 ‘국민행동당(PAN)’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집권했던 때를 포함해 줄곧 우파 정당들이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이 이끄는 모레나당은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데요. 현 정부의 친 시장·친 기업 개혁작업에 반대했고요. 집권하면 주요산업 민영화 정책을 철회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유권자들이 89년 만에 좌파 정권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치솟는 범죄율과 치안 불안, 그리고 정치권의 부패 때문입니다. 나라 전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각국 매체들이 분석하는데요. 멕시코는 마약조직의 세력이 워낙 커서, 경찰도 쉽게 손을 못 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공식 통계에 드러난 것만 봐도, 지난 한 해 마약조직 연관 사건으로 2만5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도 130명 이상이 살해되는 등 치안 공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치안 불안 때문에 시민 생활이 어렵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제도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안 좋아지고 있는데요.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5년 2.6%였던 멕시코의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은 이듬해 2.3%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2%가 됐는데요. 반면에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6.8%로 16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경제 성장은 더뎌지고 물가는 올라가니까, 가정 경제에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요. 가계 수입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율이 계속 높아지는 형편입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과 모레나당은 어떤 공약을 내세웠나요?

기자) 부패 척결이 최우선 공약입니다. 치안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지금 멕시코가 처한 위기가 모두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의 각종 추문을 포함한 정치권의 부패 때문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정부 주변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과 부패를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노인 연금 증액, 청년층 고등교육 접근 확대 같은 복지 강화 공약도 내놨는데요.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어제(1일) 승리 연설에서 “앞으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유권자들은 저마다 변화에 대한 기대를 언론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멕시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나친 복지에 따른 재정 부담을 비롯한 급진적인 방향 전환에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개인의 재산권은 철저히 보장할 것이고, 중앙은행의 자치권 존중을 통해 재정 안전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1일)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상·하원, 지방 선거에서도 모레나당과 연합정파들이 승리했기 때문에, 관련 정책 수행이 힘을 받을 전망입니다.

진행자) 멕시코 대선 결과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선을 축하하고, 새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일) 밤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 이득이 될 사안들이 많다다고 덧붙였는데요. “멕시코 대선 결과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두고 볼 일”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어떤 부분을 지켜봐야 할까요?

기자) 지금 미국과 멕시코는 이민과 통상에서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경 장벽 건설 사업에 멕시코가 강하게 반대하는 중이고요.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멕시코는 보복 관세로 맞섰습니다. 멕시코 새 정부가 이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갈지도 결정되는 건데요.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미국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수평적 관계를 맺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다가도 “미국과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다”며 안정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이 언제 대통령으로 취임합니까?

기자) 오는 12월 1일 공식 취임합니다. 앞으로 다섯 달이나 남았기 때문에,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 사이가 원만한 게 중요한데요.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어제(1일) 중간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정권 인수작업을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멕시코 대통령 임기는 6년이고, 중임할 수 없습니다.

진열대에 보이는 미국 회사 크래프트 하인츠의 케첩.
진열대에 보이는 미국 회사 크래프트 하인츠의 케첩.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군요?

기자) 네. 캐나다로 가는 주요 미국산 제품에 어제(1일)부터 고율 관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총 126억 달러 규모 제품들인데요. 철강과 관련 제품에는 25%를 매기고요. 토마토 케첩과 피자, 초콜릿, 커피, 오렌지주스 같은 식품, 그리고 식기 세제, 잔디깎는 기계 같은 생활용품들에는 10%씩 부과합니다.

진행자) 미국산 제품에 그만큼 세금을 매기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미국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매기는데 대한 보복 조치입니다. 이전에 여러 번 예고했던 내용인데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1일)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제재에 맞서 캐나다인들에 단합해 싸우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제품을 구매할 것인지 신중히 고려해 선택해달라”고 캐나다 국민에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보복하는 나라가 또 있죠?

기자) 맞습니다. 멕시코는 지난달부터 미국산 철강과 치즈, 위스키 등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와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각종 오락·기호 용품, 쌀과 담배, 땅콩버터, 오렌지 주스 등에 최고 25% 관세를 매겼는데요. 이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이 생산시설 일부를 미국 밖으로 옮기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후속 조치들도 이어진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오는 금요일(6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합니다. 기본 15% 관세를 더해 40%가 되는 건데요. 이날 중국은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 조치에 따라, 25%인 수입 자동차 세율을 15%로 내리지만, 미국산에만 추가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미국산 자동차 가격이 비싸지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조와 유통과정에서 이익을 줄이지 않는 한, 관세 인상분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데요.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캐딜락’ 자동차를 비롯해, 전기차인 ‘테슬라’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주요 경제 매체들은 예측합니다. 또한 SUV(스포츠 다목적 자동차)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독일의 BMW 등도 판매물량 상당분이 미국산으로 분류돼 영향받을 전망입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들은 어떤 후속조치를 진행합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에 맞서,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20% 이상 관세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수출의 19%에 해당하는 2천940억 달러 제품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EU집행위원회가 오늘(2일) 경고했습니다. EU집행위는 관련 서한을 지난달 말 미 상무부에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동남부 하문에 위치한 샤먼 대학교의 전경.
중국 동남부 하문에 위치한 샤먼 대학교의 전경.

진행자) 지구촌 오늘, 중국 소식 한 가지 더 보겠습니다. 중국에서 학문의 자유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중국 동남부에 있는 '샤먼대학교 탄카키 학원(Xiamen University's Tan kah Kee College)의 한 노교수가 학생들의 고발로 해직됐는데요. 중국 인터넷상에서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진행자) 학생들이 교수를 왜 대학 당국에 고발한 겁니까?

기자) 올해 71세의 유성둥 교수는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를 강의해왔는데요. 일부 학생들이 유 교수가 강의 중 잘못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고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습니다. 대학 당국은 유 교수의 '급진적' 발언 때문이라고 했다는데요. 하지만 유 교수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급진적이라는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유성둥 교수는 1980년대부터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학교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는데요. 지금까지 어떠한 논란도 없었던 학자입니다.

진행자) 앞서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유 교수 해고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야기들입니까?

기자) 네, 유성둥 교수는 훌륭한 학자로, 진리를 가르쳤다면서 일부 학생들의 악의적인 중상모략 때문에 그만두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글도 있고요. 학교의 큰 손실이라고 적은 글도 있습니다. 또 유 교수의 수업이 끝날 때마다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학생도 있었는데요. 반면 강의실은 공적인 장소로서, 교사들은 교육적 목적에 맞는 발언을 해야 한다며 고발 학생들을 옹호하는 글도 있습니다.

진행자) 유성둥 교수가 평소 소신 있는 발언을 자주 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교수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과 맞지 않게 행동을 하는 건 죄라고 생각한다면서 검증되지 않거나 잘못된 사상을 가르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평생을 진실만 전해왔다며 늙어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유성둥 교수는 평소에도 아파서 병상에서 죽느니 강단에서 죽겠다고 말할 만큼 교직에 애착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탄카키 학생 수백 명은 유 교수 해직 반대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논란에 대해 대학 당국은 어떤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 대학 측은 아무런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는데요. 이때문에 유 교수 해직 건에 대한 조사가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4년 샤먼 대학 측은 교직원들이 공산당 정책에 위배되거나 헌법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내렸는데요. 유 교수는 그런 조치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 학원가에서 전에도 이렇게 학생들이 교수를 고발하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기자) 네, 얼마 전에도 베이징대학교 토목·건축공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쉬촨징 교수가 대학으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았는데요. 쉬촨징 교수는 강의 도중, 일본이 중국보다 더 낫다는 발언을 했다고 학생들이 신고했지만, 교수 본인은 말이 와전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중난대의 한 교수도 학생들의 고발로 공산 당적이 박탈됐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최근 학생들에 대한 이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현재 중국 교육 당국은 "교육은 공산당 이념작업의 최전선"이라며 사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최근 공산당 지도부가 대학가에서 사상교육을 고취하고,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중국이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고, 전체주의적 감시로 사람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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