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미-북 간 다양한 대화채널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양측의 위기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입니다. 적어도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파국적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북 사이에 현재 어떤 대화채널이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핫라인’ 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화번호를 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은 어떤 어려움이든 생기면 내게 전화를 걸 수 있고, 나도 그에게 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정상 간 핫라인 외에 다른 대화채널도 확보된 상태이지요?
기자) 대표적인 게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 채널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이 채널을 통해 정상회담, 폼페오 장관의 세 차례 방북,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등을 성사시켰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중앙정보국 CIA 국장이던 때 개설된 이 채널은 CIA 코리아 미션센터의 앤드루 김 센터장이 지금도 대북 협상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무부와 뉴욕주재 북한대표부 간 이른바 `뉴욕채널’도 항상 가동될 수 있지요?
기자) 뉴욕채널은 다른 대화 수단이 없었던 때 가동된 비상연락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미-북 사이에 다양한 대화 수단이 확보된 상황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 하는 게 당연합니다. 미국과 북한은 현재 성 김 필리핀주재 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주도 아래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진행하는 실무팀 채널이 있습니다. 또 판문점에서의 장성급 대화채널도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을 계기로 최근 9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진행자) 이처럼 다양해진 미-북 간 대화채널과 비핵화 협상이 어떤 관계가 있나요?
기자) 정상 간 핫라인은 실무 차원에서는 좁힐 수 없는 입장차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폼페오-김영철 라인은 두 사람이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고위급 비핵화 협상 채널로 작동합니다. 이와 함께, 성 김 대사와 최선희 부상이 주도하는 실무팀이 폼페오-김영철 라인의 지시 아래 일상적인 협상을 진행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이런 대화채널을 갖고 있는 건 위기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된 건 위기 상황에서 우발적인 사고나 오판으로 인한 전쟁을 막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지난해만 해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잇따른 도발 행위로 긴장이 고조됐었습니다. 이런 때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 특히 핫라인의 존재는 전쟁과 같은 파국적 상황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도 핫라인이 개설됐는데요. 이 것 역시 미-북 간 위기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남북한은 현재 필요하다면 두 정상이 언제든 핫라인을 통해서 뿐 아니라 직접 만나서 대화 할 수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든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만큼, 위기 상황에서는 미국과 남북한 세 정상의 대화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일부에서는 비핵화 협상이 무산될 경우 미-북 간 위기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채널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이에 대해서는 상호 의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화채널의 존재는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파국적 상황을 막는 데 유용합니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이 대화로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또 위기 상황은 갑작스레 발생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대결국면 끝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비핵화 협상이 무산되면서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이 이에 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서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은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