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집중적인 북부 지역 경제 시찰을 통해 관리들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개혁 언급 없이 옛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이 체제 유지 핑계로 자주 사용하던 현대화·기술화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협동농장과 기업소에서 전통적인 집단체제를 좀 더 개인화하는 노력과 선별적 개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조지타운대학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객원교수는 19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관리들을 질타하며 집중적인 경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새로운 게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그런 현지지도를 통해 관리들을 질타하거나 격려했는데, 이를 관영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것만 다를 뿐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기업의 자립적 현대화와 기술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옛 공산권 국가들이 공산주의 조직 체계를 고수하기 위한 핑계로 자주 강조했던 선전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at’s what the communist governments always say, even Khrushchev hammered….”
옛 소련의 니키타 후루쇼프(후르시초프)와 중국의 마오쩌둥도 현대적 기술이 없기 때문에 빈곤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었다는 게 역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대적 기술화는 방법적인 문제로 조직 체계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진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협동농장이나 기업소의 집단화를 기존 시범적 포전제에서 개인화로 바꾸고 정부 할당량을 크게 줄이는 등 집단적 조직체계를 개혁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볼 때 북한 인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비핵화(denuclearization)보다 비집단화(decollectivization)”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도 이런 민간경제 영역을 보장하면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집중적인 경제 시찰을 통해 담당 관리들을 강하게 질타하거나 격려하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방문했던 중국·싱가포르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낙후된 북한 기업들에 대한 실망과 분발을 촉구하려는 의도, 경제 발전에 큰 기대를 하는 북한 인민들에게 자신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선전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말과 동선을 보면 진정한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레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총재는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농장에 포전제를 시범 운영하고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에 따른 자율권을 확대하며 장마당에 관용을 베풀고 있지만, 시장 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어떤 공개적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교수] “They never say publicly that they really brace the idea of becoming a market economy…”
북한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시장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를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기존의 집단적 사상교양과 체제 결속 시도를 계속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도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영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공장 시찰에서 계속 ‘혁명사적 교양실’을 가장 먼저 둘러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의 과거 현지지도 위대성을 논하는 등 새로운 정책이나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사상 강화를 여전히 현지지도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대북 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19일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각지에서 ‘군중심판’(공개재판)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김정은이 비사회주의 통제와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상 통제에 따른 독재정권 유지와 개방은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결국 개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경제를 개방하면 정치적 통제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북한 정권은 늘 약간 틀어서 조정하는 경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is is just what I call tweaking system. Little bit of change here…”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사유 재산을 일부 인정하거나 국영 기업소에 정상적인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란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 San Diego)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빠른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선별적으로라도 개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 “North Korea cannot grow rapidly over the long run unless it undertakes some kind of selective opening.”
북한같이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궁극적으로 통계 등 국가의 투명성 재고와 투자법 개혁을 기반으로 대외 개방을 통해 해외 투자와 교역국을 다양화할 때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중적인 경제 현장 시찰이 내각의 전문가들을 당으로 끌어들이는 기존 변화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등 인적 쇄신을 극적으로 단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 수순일 수 있다는 겁니다.
조지타운대학의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더 큰 정책 변화를 위한 준비 과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he is setting things up for some bigger changes, some policy changes. For example, he might…”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2~3달 뒤에 경제현장 시찰 결과 많은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새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아직 희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