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월 중 평양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구체적인 회담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남북한은 13일,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북쪽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회담 뒤 발표한 공동보도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아울러, 남북은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쌍방이 판문점 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것은 지난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처음입니다.
그러나, 남북은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평양에서 열릴 정상회담의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회담이 끝난 뒤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를 말하지 않았다며, "날짜는 다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초청하는 북측의 입장이 중요하고 그런 부분에서 가급적 빨리 하자는 방향에서 논의가 됐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좀 더 보면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3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는 미국과 북한 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종전 선언과 관련된 문제, 김정은 위원장의 유엔총회 참석과 관련된 문제 등에 약간의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북-미 간에 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봐야 될 것 같은데요.”
한동대학교의 김준형 교수는 미-북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려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그렇죠. 그것은 4월27일을 재확인하는 수준이 될 것이고,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낫느냐하면, 정례적으로 만나고 남북은 간다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겠죠”
이런 가운데, 한국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이 9월 초에 개최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 여건’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여러분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청와대는 북한이 올해 70주년을 맞는 정권수립일(9·9절)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9·9절 이전에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전체회의에 이어 두 차례의 수석대표 간 접촉이 진행됐습니다.
조명균 장관은 “군사, 체육, 철도·도로, 산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판문점 선언과 관련된 대화와 공동조사가 잘 이행돼온 것을 평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행 과정에서 제기된 상호 간 좀 더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리선권 위원장은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철도·도로·산림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협력·교류 문제들이 현재 산재돼 있다”며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