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 문제를 놓고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어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큰 틀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 정부가 어떤 점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미국의 상응 조치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남북 간 협력과 관련해서는 차이가 좀더 큽니다. 미국은 남북관계가 핵 문제와 별개로 진전돼서는 안 된다며 `속도조절’을 강조하지만, 한국은 대북 제재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판문점 선언’을 적극 이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이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는 구체적인 사안이 있나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대표적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 사무소 개설이 제재와는 무관하다고 보고, 유엔 안보리에 제재 예외를 신청하지도 않기로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연락사무소 운영을 위한 물자와 장비,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내 일각에서는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로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상호대표부로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가 속도를 맞춰야 한다며, 공개적인 지지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제재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경우 사안별로 미국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이런 협의에 따라 그동안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개보수와 남북 간 군 통신선 복원 작업 등이 예외를 인정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해 계속적인 제재 예외가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흐트러뜨릴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에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올해 안에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계획하는 데 대해서도 같은 이유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런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나요?
기자) 앞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제재 예외 신청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또 마크 램버트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은 서울을 방문해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인들과도 접촉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서 앞서 나가지 말 것을 당부했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은 미국 외에 북한으로부터도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민족 위에 외세를 올려놓고’ `판문점 선언’ 실천에 소극적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며, 적극적인 남북 경협의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 내 일각의 부정적 기류를 `도도하게 흘러가는 큰 물줄기 앞에서 작은 문제’라며 평가절하한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도 주목됩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의 의견 조율에 문제는 없는 건가요?
기자) 두 나라는 주요 현안에 대해 늘 긴밀히 조율,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보좌관이 임명된 이후 백악관과 청와대의 소통이 이전 같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남북대화에 대해 “그들의 관심사일 뿐 미국의 관심은 비핵화”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남북 간 경협은 앞으로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미국과 한국이 계속 갈등을 빚게 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정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아직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한 달에 한 번 꼴로 통화했던 것과는 다른 기류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