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와대는 다음달 5일 북한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파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9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비롯해 남북관계와 비핵화, 평화 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의 김의겸 대변인은 3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특사단의 북한 방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녹취:김의겸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9월 5일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가 이날 오전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고, 북한 측이 오후에 특사를 받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특사가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남북은 지난 8월 13일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9월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대북 특사로 누가 갈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특사단이 누구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심 생각하는 바가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이 시점에서 대북 특사를 보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남과 북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서 협의를 해왔다며, 이 시점에서는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위급회담 대신 특사를 통해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는 중요한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조금 더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서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과 상시적으로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은 특사 방북 날짜를 9월5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이 9월 안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만큼 그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 더 미뤄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사단이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9일까지 북한에 머물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채, 9월5일에 가는데 9일까지 있기에는 좀 멀지 않느냐고 언급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협상 기류에 문제가 있어 특사를 파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협상이 원활하지 않았다면 특사 자체가 가지 못할 것이라며 극히 정상적인 협의 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사이에는 다양한 상시적인 대화채널이 있다며,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 연기 이후에도 계속 이야기를 해 왔고, 그 대화의 결과가 특사 파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한 바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한이 9월에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신범철 센터장] “남북정상회담이 9월 중으로 예정돼 있는데 사실은 중순으로 예정할 경우 2-3주 밖에 안 남은 것이거든요. 구체적인 날짜도 안 돼 있고 의제도 합의가 안 돼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는 거죠.”
신 센터장은 고위급회담 대신 특사 파견을 선택한 것은 실무접촉이 잘 안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특사를 불러들임으로써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을 통해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형식보다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