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 왜 취소됐고, 9월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은 지난 8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날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멋진 서한에 감사한다며, “당신을 곧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튿날인 8월2일,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답장을 썼다며,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샌더스 대변인] “Certainly open to that discussion, but there isn’t a meeting planned. We have responded to Chairman Kim’s letter...”
이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위해 12일에는 판문점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만났습니다.
또 헤더 노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 거의 매일 전화나 이메일로 대화와 접촉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폼페오 국무장관은 23일, 자신이 다음주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I will be traveling to North Korea next week to make further diplomatic progress towards our objective.”
그러나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은 하루 만에 뒤집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하루 만인 24일 오전 10시36분에 트위터를 통해, 폼페오 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그 이유는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북 취소에 앞서 백악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고, 맞은 편에 폼페오 장관을 중심으로 왼쪽에 성 김 필리핀주재 대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오른쪽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있습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뒤편에 서 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출장으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스피커폰을 통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방북 최소는 그야말로 전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워싱턴 관리들도 방북 취소 사실을 TV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또 국무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뜨기 10분 전까지도 동맹국 대사관을 상대로 폼페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었다고 `CNN' 방송이 전하기도 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갑자기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느냐 하는 겁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CNN' 방송은 북한이 보낸 편지 한 통으로 인해 방북이 취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서한을 최초로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 겸 외교전문 기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김영철 통전부장이 24일 오전 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를 통해 폼페오 장관에게 비밀서한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긴] "Delivered through North Korean mission at UN.."
그러자 폼페오 장관이 곧바로 백악관으로 가 김영철 부장의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줬고, 이 편지를 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북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CNN'은 김영철 부장의 편지에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해 있으며, 무산될 수 있다”며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의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은 편지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이 아직도 북한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면서 이 때문에 비핵화 과정이 진전될 수 없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방북이 지난달 3차 방북과 비슷한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국무부에서 물러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말입니다.
[녹취:조셉 윤] "Why Trump…"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 모두 또 빈 손으로 돌아 오느니 차라리 방북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이 조시 로긴 기자는 선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과 선 종전 선언을 주장하는 북한의 견해가 맞서 방북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긴] "Perception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who’s responsibility…"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북한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를 바꿔놨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비핵화에 진전이 없기 때문에’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핵화 진전이 없다고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정치유세장에서 비핵화가 잘 진행되고 있으며 자신은 비핵화를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을 믿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또 비핵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현실을 직시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Well, it’s interesting..."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국방 분야 고위 당국자들도 공개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짐 매티스 국방방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티스]” We took the step to suspend the several of the largest exercises as a good faith measure coming out of the Singapore summit..."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또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변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이행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 명확해지면 미국은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포기해야 할 대상으로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들었습니다.
[녹취: 노어트 대변인] “Despite the decision to delay my trip to Pyongyang, America stands ready to engage when it is clear that Chairman Kim stands ready to deliver on the commitments..."
또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는 이날 워싱턴에 있는 민주주의수호재단 행사에 참석해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So, look-are they wishing or maybe changing their mind on denuclearization? It's possible. But we're not going to change our mind on the sanctions. We're not going to change our minds on denuclearization..."
주목되는 것은 당사자인 북한이 조용하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알린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평양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통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을 때 즉각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대비됩니다.
한편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미-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한국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을 활용한 중재에 나섰습니다.
[녹취: 김의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9월5일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30분 우리는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전통문을 받는 북측은 오후에 특사를 받겠다고 회신해왔습니다.”
9월 평양에서 열릴 문재인-김정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꽉 막힌 미-북 교착 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