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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출된 판문점선언, 기존 번역과 달라”…종전선언 연내로 못박아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은 최초 공개된 원본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에 제출된 번역본에는 ‘남북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에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는데,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이 영문 번역을 거치면서 원 뜻이 왜곡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이 지난 6일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연내 종전선언” 합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11일 일반에 공개된 이 문서 3조 3항에는 “남북이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이와 더불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가 관여하는 3자 혹은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 문구만 보면 총 2개의 합의가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약속입니다.

올해 4월 채택된 ‘판문점선언’만을 놓고 보면 이 해석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한글 원문에는 이 문구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소개돼 있기 때문입니다.

연내에 ‘종전 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그리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혹은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까지 총 3개의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판문점선언 사흘 뒤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는 남북 간에 합의를 했지만 남북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3자 또는 4자 회담을 개최해서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종전을 연내 선언하기로 ‘합의’한 게 아니라 그런 목표를 위해 다자 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게 원래 뜻이라는 사실은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직후 공개한 영문 번역본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청와대의 공식 영문 번역본에는 첫 문구에서부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남과 북은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나타나 있습니다. 이어 이 회담은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하기 위해서라고 부연합니다.

한국 정부의 번역대로라면 합의는 1개, 즉 회담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고, ‘종전선언’ 등은 그런 회담의 목적으로 뒤따를 뿐입니다.

동일한 영어 번역문은 판문점선언이 이뤄진 두 달 뒤인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 28페이지에도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청와대가 6월 발행한 '평화를 향한 여정' 영문판 28페이지에 실린 판문점선언 3조 3항 (붉은 네모 안)
청와대가 6월 발행한 '평화를 향한 여정' 영문판 28페이지에 실린 판문점선언 3조 3항 (붉은 네모 안)

​​그런데 북한의 해석은 이런 내용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의 첫 문구를 직역하면 “북과 남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정전협정을 평화합의안(peace accord)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고, 지속 가능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북한이 해석한 영문에는 총 3개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합의안 대체’, ‘3자 혹은 4자 회담에 대한 적극 추진’이 나란히 나열됐습니다.

'판문점선언' 3조 3항의 3가지 영문 번역

[한글 원문]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청와대 번역] “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3자, 4자 회담 개최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
- 종선선언 하기 위해
-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하기 위해

[북한 번역·조선중앙통신] “The north and the south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replace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ccord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north-south-U.S. tripartite or north-south-China-U.S. four-party talks for the building of durable and lasting peace mechanism.”

1. 연내 종전선언 하기로 합의
2. 정전협정을 평화합의안으로 대체하기로 합의
3. 지속 가능하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

[유엔 제출 번역] “The two sides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replacing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greement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1. 연내 종전선언 하기로 합의
2.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

이를 놓고 볼 때 유엔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한국보다는 북한의 해석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3자 혹은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판문점선언 원문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남북 두 정상이 “올해 종전선언을 합의했다”는 내용으로 바뀐 채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 대사와 김인룡 북한 대사대리의 공동 서명을 거쳐 유엔총회와 유엔 안보리에 동시에 회람됐습니다.

파란 하크 유엔사무총장 대변인은 원문 내용과 달라진 판문점선언이 제출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서로 다른 문구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면서 “유엔은 회람 요청이 들어온 문건을 그대로 배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는 11일 VOA의 질문에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이후 “한국 외교부에 문의하라”고 말했습니다.

미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에 제출된 문건만 보면 남북이 종전선언을 연내에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매우 확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그냥 행정적 오류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청와대에서 내놓은 영문본이 있는데 남과 북이 이렇게 공조를 하면서 다른 뜻에 다른 내용이 담겨 있는 걸 유엔에 제출한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다만 이 교수는 최초 채택된 4.27 판문점선언 문구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남북이 올해 종전선언을 선언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영문 번역본이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 있는데도 이를 유엔에 제출하지 않은 건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미국을 더 압박해서 종전 선언을 미국이 주도해서 남과 북과 같이 올해 내에 단기간 내에 종전선언을 하자, 이러한 미국에 대한 메시지와 유엔에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판문점선언’이 각기 다른 표현을 담고 있고, 다른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ere’s been in the media in the United States...”

그러면서 북한이 전쟁을 끝내자고 말하는 상황에서도 핵 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확장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를 지적한 뒤, 전쟁을 끝내는 건 아름다운 발상이지만 아직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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