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집단안전보장을 제안해 주목됩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좀더 강하게 추동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먼저, 집단안전보장이란 게 뭘 말하나요?
기자) 말 그대로, 어느 한 나라의 안보를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보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들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안보체제를 결성하고, 여기에 속한 특정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모든 나라가 함께 군사 지원에 나서는 겁니다. 가령,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행사를 나토 전체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집단자위권을 발동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왜 북한에 대한 집단안전보장을 제안한 건가요?
기자)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건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입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나라들이 참여할 경우 체제안전에 대한 북한의 우려가 더욱 줄고, 비핵화에 좀더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어제(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이런 제안을 하면서, “만일 북한이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만으로도 만족한다면 그것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푸틴 대통령과 같은 생각인가요?
기자)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중국 정부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북한에 대한 주변국들의 안전보장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와 사실상 적대관계인 미국이 두 나라와 함께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집단안전보장이 군사적 체제안전만 의미하는 건 아니지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2005년 북 핵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좋은 사례입니다.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 (NPT)과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하는 것을 조건으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교역과 투자 등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과거 백악관과 국방부에서 군축.안보 고위직을 지낸 모튼핼퍼린 씨가 북한전문 매체인 `38 노스’에 게재한 글에서 이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핼퍼린 씨는 한반도의 영구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유지하려면 미국 등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협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기자) 핵 보유국이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과 남북한, 그리고 필요하면 일본이 참여하는 `한반도 영구 비핵화에 관한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겁니다. 핵 보유국들은 남북한과 일본에 핵 위협이나 사용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대신 남북한과 일본은 핵무기를 제조, 비축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핼퍼린 씨는 한반도를 `핵무기부재지대’ (Nuclear Weapons Free Zone) 로 하는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과거 우크라이나가 이런 방식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았나요?
기자)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하루아침에 2천개가 넘는 핵무기와 176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세계 3위 핵 보유국이 됐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러시아,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국경선을 존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크림반도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런 약속도 힘의 논리 앞에서는 휴지 조각이 되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