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을 해도 북한의 위협이라는 현실은 바뀌지 않으며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13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국에 있는 핵 역량, 즉 미국이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해병대 태평양중앙사령관 등을 지낸 그렉슨 예비역 중장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렉슨 전 차관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2차 회담을 통해 아마 얻을 수 있는 작은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목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어디에 보관하고 있으며 어떤 시한 안에 이를 제거할지 확인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를 미-북 회담을 통해 이뤄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국이 얻은 것은 네 가지 조항과 이게 무슨 뜻인지에 대한 이견이 담긴 한 쪽짜리 문서뿐입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합니다. 비핵화 전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렉슨 전 차관보) 종전선언을 할 수는 있지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북한은 서울 바로 북쪽에 1만4천300여 장사정포와 로켓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선언하면 이 무기들도 사라지는 겁니까?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침략하는 게 문제였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문제는 항상 북한이 한국을 침략하는 것이었죠. 북한 도발의 최근 사례를 보십시오. 비무장지대 남쪽에서 목함지뢰 사건이 있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있었습니다. 평화를 선언한 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미국과 한국은 벌써 연합군사훈련을 포기해버렸습니다. 북한은 항상 (한반도에서) 미-한 연합군보다 수적으로 우위였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조율된 전략과 작전을 사용하는 것에 기대를 걸어왔는데 이런 훈련을 취소한 겁니다. 종전선언이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고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북한은 이미 불가역적인 조치를 했지만 미-한 연합훈련은 언제든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하는데요.
그렉슨 전 차관보) 북한이 파괴한 시설들이 큰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다시 지었어야 할 시설들이라고 봅니다.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행동을 보지 않는 이상 협상이 진전되지는 않을 겁니다. 핵무기와 시설을 신고하고 북한인이 아닌 조사단을 통해 어떤 방식의 폐기 검증을 받을지 밝히는 것이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원심분리기와 재처리 시설을 파괴했지만 비밀리에 만든 전례가 있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북한을 방문했던 지크프리트 헤커 박사를 통해 알려졌죠. 저는 이 모든 것이 매우 회의적입니다.
기자) 한국과 일본의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미 본토 타격 역량 제한에 만족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를 이해하십니까?
그렉슨 전 차관보) 네 이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이 끝난 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일본과 한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북한은 아직도 중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고 이 무기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최근 열병식에 장거리 미사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데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이 집중해야 하는 점은 일본과 한국의 안보와 이들 국가 국민들의 안전입니다. 서울이 북한의 장사정포를 비롯한 재래식 무기, 생화학무기로부터 안전해지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러 북한을 향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또 한 번 만나는 것은 김정은의 인기와 위신만 키워줍니다.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 85%만 파괴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계획을 취소했다고 주장하는데요. 타당한 분석이라고 보십니까?
그렉슨 전 차관보) 역사적으로 보면 선제타격이나 정밀타격의 꿈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타격을 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겁니다. 목표물을 다 제거했다고 해도 사실상 전쟁을 시작한 것이죠.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의 핵 개발 사실을 알게 돼 선제 타격을 논의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반대했고 이에 따라 협상을 시작해 제네바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경수로 사업을 시작하다 북한이 약속을 어긴 것을 알았고 이 때문에 제재를 가했습니다. 선제타격에서 협상, 합의, 북한의 약속 위반, 그리고 제재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순서입니다. 모든 행정부가 제재를 가할 때마다 이번에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북한은 성공적으로 핵을 갖게 됐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순서를 빠르게 진행하고는 있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협상으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시는군요.
그렉슨 전 차관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이를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는 좋은 일이라고 추측합니다. 북한은 이런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의 핵 역량을 제거하자는 겁니다. 한국에 있는 핵 역량은 미국을 의미하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제가 이런 질문을 하면 항상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국과 일본의 안보와 안전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중요시하는 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렉슨 전 차관보) 북한의 미사일을 북한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하는 겁니다. 물론 미사일 방어체계만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모든 역량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선박으로 핵무기를 몰래 나를 수도 있고 잠수함발사 체계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되면 김정은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공격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됩니다.
기자) 해상 봉쇄 등을 통해 경제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시나요?
그렉슨 전 차관보) 가능하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상봉쇄는 매우 이행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할 의지도 없으면서 왜 제재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지 궁금합니다. 북한은 해상과 국경을 통해 밀수출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선박을 해상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인 해외 근로자 문제입니다. 유엔은 각국에 2년 안에 북한인 노동자를 송환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아니라 바로 송환하도록 했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지금 당장 존재합니다.
기자) 일각에선 북한이 두 차례의 엔진 시험만으로 화성-14,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연이어 성공한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ICBM 개발 기술을 갖고 있지 않고 다른 곳에서 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그렉슨 전 차관보) 저희는 북한의 특정 성과와 역량에 대해 여러 차례 놀란 역사가 있습니다. 저는 1998년 뉴욕에서 열린 북한 당국자와의 협상에 참여했었습니다. 협상이 끝난 뒤인 일요일 아침 TV를 봤는데 북한이 3단 추진 로켓(대포동 1호)을 일본 쪽으로 발사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매우 놀란 이유는 당시 미국은 일본에 북한은 2단 로켓 이상의 역량이 없고 증명하지 못했다고 안심시켰기 때문입니다. 1998년 8월 31일의 일입니다. 또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파괴하자 미국은 더 이상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원심분리기가 나타났죠. 북한이 ICBM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고 재진입 기술이 없다는 주장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것만 믿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기자) 한국과 일본 일각에서는 자체적 핵무장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만약 한국이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은 이를 지원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 핵무기는 한국 것이 아니라 미국 것이 돼야 하죠. 전술적으로 봤을 때 한반도에 있는 미군 무기는 다른 곳에 있는 미군 전력과 연동돼 있습니다. 미국은 여러 방법으로 북한을 타격할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핵심은 미국과 한국이 동맹과 신뢰를 유지하는 겁니다.
월러스 그렉슨 전 차관보로부터 2차 미-북 정상회담과 남아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