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막하는 73차 유엔총회를 앞두고 유엔의 북한 인권 논의가 최근의 대화 기류로 인해 약화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던 미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특히 유엔총회에서 또다시 채택될 북한인권결의안 수위에 주목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논의과정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최근의 노력으로 인해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going to be a little more difficult this year because with efforts toward improving relations with North Korea. It makes harder to be critical…”
이런 관계 개선 기류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킹 전 특사는 유엔총회 개막 고위급 회기 연설과 회담에서도 인권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주요 사안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이 분명히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압박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On the other hand,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North Korea is not improved. I think it’s important we continue to…”
유엔총회는 지난 2005년부터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해마다 채택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보다 자국민의 안녕을 더 무시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며 김씨 정권의 고문과 압제 등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한 뒤 인권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어 이번 총회 연설에서도 언급할 가능성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미국이 목소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결의안 내용이 약화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It shouldn’t be weaken. That will be a real disaster.
유엔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과의 외교에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기록해 규탄한 인권 결의를 의도적으로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차 석좌는 북한과 현재 협상하는 한국과 중국 등 모든 나라의 의제 목록에 인권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더욱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13일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내용의 약화, 반인도적 범죄와 책임 추궁 문구 삭제를 요구해 미국이 합의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유엔총회에서 강력한 북한인권결의안을 계속 지지하도록 미국 의회가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think here Congress can play very strong role in making sure that the US is behind strong resolution……”
이에 관해 공화당 톰 란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랜티 헐트그랜 의원은 13일 VOA에 북한인권특사를 조속히 임명해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등과 협력해 이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헐트그랜] “This is an important to have person and place and to be working alongside with ambassador Brownback. That’s the type of teamwork we need to continue recognition how important these situation…"
북한의 종교자유 침해 등 심각한 인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계속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한국이 과거처럼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거나 결의안 약화를 시도한다면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think it could be very unusual development and it would be a real deceit for South Korea if they were to take such a position……”
국제사회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뒤 단합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와 책임 추궁을 촉구했고 유엔은 표결 없이 합의로 결의안을 채택해 왔는데, 이런 100개 이상 나라의 단합을 깨는 것은 상황을 뒤로 돌리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입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정부도 결의안에 반대하는 나라가 너무 적어 표결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타협이 아니라 북한이 비준한 국제인권협약을 준수하도록 압박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유엔총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의 기준을 낮춰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기준을 낮춰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예전보다 더 약한 결의안을 채택해서는 안 됩니다. 이게 최소한의 바람이죠. 저쪽에서 한 게 없었는데, 정상회담을 몇 번 했다고 해서 인권상황이 개선됐습니까?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스칼라튜 총장은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통해 번영한 한국이 유엔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올해 유엔총회 결의안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드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규명한 핵심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비인간적, 반인륜 범죄가 분명히 결의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기존의 내용이 꼭 담겨야 합니다.”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은 유럽연합과 일본이 주도해 왔으며 올해도 결의안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유엔총회에서 결의안 내용이 약화된다면 지난 몇 해 동안 인권을 의제로 다뤘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은 유엔총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는데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결의안 약화는 우려를 제기할 엄청난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노스 연구원] “This would be a huge miss opportunity to raise this concerning issue and now it’s not the time to reduce pressure on North Korea…”
북한 정부가 비핵화와 인권 개선 등 의미 있는 조치를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압박을 완화할 때가 아니란 겁니다.
이노스 연구원은 북한인들에게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이 계속 이들의 인권과 민생을 우려하고 돌보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미 정부가 강력한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