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아동 인권 사례로 비난 받아온 북한의 집단체조를 관람한 데 대해 미국의 인권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남북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 부부가 19일 관람한 ‘빛나는 조국’은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집단체조 예술 공연입니다.
다섯 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10만 여 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로 2013년 폐막한 '아리랑' 이후 5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혹독한 강제 훈련 등으로 집단체조 예술 공연은 북한의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례로 꼽혀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집단체조가 국제아동권리협약 위반과 외화 수입의 주요 원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인권 전문가들은 국가 지도자가 인권침해 비판을 받아온 북한 공연에 참석함으로써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래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By attending the mass games, President Moon endorses the regimes, now the mass games are built on the backs of North Korean children.”
문 대통령이 집단체조 공연에 참석함으로써 북한 어린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공연을 만드는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겁니다.
휴먼라이트워치의 브래드 아담스 아시아담당국장은 따라서 외국 지도자들이 북한 정권에 적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아담스 국장] “It’s important for foreign leaders to limit the damage they can do, the legitimacy they can give to the regime.”
실제로 지난 2009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갔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리랑’공연 관람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1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녁 만찬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공연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지만, 여기에 응하지 말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함께 있던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김 위원장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설명입니다.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The Obama administration advised him not to attend. Anyway, at the dinner we had hosted by Kim Jong Il, Kim invited Clinton to the games right after the dinner but John Podesta told Kim no.”
이보다 앞선 2000년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김정일 위원장의 제의로 ‘아리랑’의 전신인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이라는 집단체조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이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독재자를 우상화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까지 나오는 공연에 참석했다는 이유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한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외부인들이 북한인들의 강제 노역 산물을 보고 즐기는 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Masikrong Ski Resort was built with forced labor, it was built with soldiers, according t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국제노동기구(ILO)가 불법으로 규정한 군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지은 마식령 스키장에서 한국 스키선수들이 훈련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런 시설과 행사가 체제선전을 위한 하나의 추세가 되다고 우려했습니다.
아담스 국장 역시 집단 체조뿐 아니라 대부분의 북한 문화 행사가 인권 유린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아담스 국장] “The problem is that almost all cultural events in North Korea could have the same problem, until we all have the access to North Korea, we won’t know.”
북한에 접근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공연 등에 동원되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상황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겁니다.
반면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문 대통령의 공연 관람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am not sure that that’s a big issue. The North Koreans want to have him that event, and he went. My sense is that this is not a big issue.”
킹 전 특사는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초청으로 공연을 관람한 것일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의 인권 유린 사례가 드러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문 대통령은 현재 남북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만큼 공연 관람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there’s merit in criticizing North Korea for having these exercise this game with young children and the way they forcing them to rehearse, I think that should be criticized, but to focus on criticism on Moon Jae In, I think it is a wrong way to approach.”
킹 전 특사는 이어 북한이 집단체조 공연에 어린이들을 동원시켜 혹독하게 연습시키는 점은 비난 받을 만 하지만, 비판의 초점을 문 대통령에게 맞추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카톨릭대학의 앤드루 여 교수도 목적을 위한 수단 차원에서 관람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할 기회를 조성한다면, 문 대통령이 집단 체조를 관람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교수]”Min is less principle but it’s mopre about pragmatic and a means to an end.”
여 교수는 또 한국의 진보 정부는 북한 정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인권도 점차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