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정부 당국자들은 무역분쟁 등 양국 간 갈등이 북한 문제 협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큰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이 과거처럼 미국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북 핵 문제 협조를 요청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에게,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국제 문제 협력의 기본 바탕이라고 밝혔습니다.
왕이 부장은 또 미국이 무역 마찰을 고조시키는 등 중국의 권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미국이 무역과 외교 부문에서 계속 압박을 가할 경우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관계 악화가 북한 문제 협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폼페오 장관도 왕이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근본적인 이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같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대북 압박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최근 유엔총회 등을 통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겁니다.
아울러 중국과 북한 간 일부 무역이 재개되고 있는 점을 제재 완화 사례로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이 무역 갈등 때문에 북 핵 문제를 과거처럼 돕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해 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 발표가 이뤄진 뒤 하루 만에 이를 취소하며, 중국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대중 무역과 관련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중국이 이전처럼 비핵화 절차를 돕지 않는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여러 차례에 걸쳐 북-중 국경 지역이 과거보다 느슨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유류가 선박 간 환적 등 불법적인 형태로 북한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거듭 비판해왔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정제유 수출량은 크게 감소했으며, 안보리가 설정한 연간 상한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유엔에 보고된 정제유 반입량은 공식적인 수출만 집계한 것일 뿐, 실제 유입량과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북 제재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 United States has assessed and we can say in no uncertain terms that the cap of 500,000 barrels has been breached this year. We continue to see illegal imports of additional refined petroleum using ship to ship transfers, which have clearly prohibited under the UN resolutions.”
올해 북한에 허용된 (정제유) 상한선 50만 배럴을 확실히 넘긴 것으로 판단되며, 안보리 결의가 명확하게 금지한 불법 정제유 수입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계속 목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지난달 17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북한이 올해 8개월 동안 80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That’s 160 percent of the 2018 annual cap of 500,000. In reality, we think they have obtained four times the annual quota in the first 8 months of this year.”
헤일리 대사는 이런 규모는 2018년에 허용된 상한선 50만 배럴의 160%에 해당하지만, 실제로는 첫 8개월 동안 허용된 양의 4배를 확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3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셜 블링슬리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북-중 교역이 늘어났느냐는 질문에, 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블링슬리 차관보] “We are watching the cross border traffic very carefully and I think we are concerned about that. The big thing to focus on though is ship-to-ship transfers in the China Sea. We need to see more policing to disrupt those transfers because that is how North Korea is getting around of UNSC oil sanctions.”
북-중 국경에서 이뤄지는 교역을 면밀히 관찰하고 우려하고 있지만, 크게 집중해야 할 부분은 중국해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환적이라는 겁니다.
블링슬리 차관보는 북한이 안보리의 유류 거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박 간 불법 환적을 이용하고 있다며,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