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빚은 사실이 드러나 주목됩니다. 당국 간 모든 수준에서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게 양국 정부의 설명이지만, 미묘한 차이도 감지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남북 정상 간 '평양 공동선언'의 군사합의서에 대해 한국 정부에 불만을 제기했다지요?
기자) 네, 폼페오 장관이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에게 전화로 강한 불만을 제기한 사실을 강 장관이 확인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불만은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로부터 합의 문안을 통보 받은 시점에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합의문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사전 조율이 충분치 않았거나, 조율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차가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대북 조치의 해제를 검토하려는 한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도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재 해제와 관련해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란 발언은, 비핵화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와 한 치의 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내심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앞서 간다고 생각해온 것이 발언의 배경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은 늘 대북정책에 대한 굳건한 공조를 확인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건가요?
기자) 두 나라의 대북 공조와 협력은 매우 원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가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주로 남북 경제협력과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견해차가 있는데요, 미국은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과 같이 가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또 다른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기자) `판문점 선언’의 실행을 놓고도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남쪽 열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개성-신의주 간 경의선 북쪽 철도 구간의 상태를 점검하려던 한국 정부의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물자와 인원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관련 인원과 열차의 방북·반출 계획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사는 미국이 관장합니다. 미국은 또 남북이 합의한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도 부정적이어서 사무소 설치가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생각이 크게 다른가요?
기자) 미국은 남북관계가 비핵화 진전에 앞서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한국은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를 촉진하는 선순환을 낳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엇갈린 인식은 남북한이 올 들어 이미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상당한 정도의 관계 개선을 이룬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 발언은 분명 미국과 온도차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다른 점이 있지 않은가요?
기자) 미국의 대북 상응 조치가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에는 신속한 핵 폐기, 미국에는 상응 조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발언이 `선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대북 상응 조치에 미온적인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속도 있는 상응 조치를 취해 준다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도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이런 입장차가 이례적인 일인가요?
기자) 미국과 한국은 오랜 동맹국이지만 북한을 보는 관점이 같지 않고, 또 국가이익도 다릅니다. 따라서 대북 접근법에 차이가 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런 견해차를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긴밀한 조율을 통해 조정하려는 노력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런 점에서 어느 나라들 보다 긴밀하고 가까운 동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 이상의 관계”라며, 둘 사이에 “완벽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